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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이 그대를 향해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2 조회수716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랑이 그대를 향해

  지난해 가을, 제가 결혼 주례를 해 주었던 어느 부부가 결혼 십 주년을 맞아 딸아이 손을 잡고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요즈음의 세상에 이혼하지 않고 잘 살아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결혼 주례해 준 신부를 잊지 않고 찾아온 부부를 보면서 참 보기 드문 보석처럼 느껴졌고 제가 마음으로부터 축복을 빌어주었었지요.
  오늘 추석이라고 다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네요. 저를 만나고 간 이후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고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군요. 10살 난 예은이라는 예쁜 이름의 딸아이에게 동생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기쁜 소식도 주었지요.
  이 부부가 살아가면서 더 깊이 사랑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라며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사랑에 관한 부분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여기 On Love를 옮겨 여러분들과 함께 나눕니다.


  사랑이 그대를 향해


                         -   칼릴 지브란
                             류해욱 옮김
  
                        
사랑이 그대를 향해 오라 손짓하면, 그를 따라가라
그가 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난할지라도.
사랑이 날개를 펴서 그대를 안으면 그에게 안겨라
날개깃 사이에 숨긴 칼로 그대에게 상처를 입힐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속삭일 때 그를 믿어라
마치 북풍이 정원을 황폐시키듯이
그의 목소리가 그대의 꿈을 산산이 부서지게 하더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왕관을 씌워줄 때가 있듯이
그대를 십자가에 못 박을 때가 있으리라.
그대를 성장하게 할 때가 있듯이
그대에게서 가지를 쳐 낼 때가 있으리라.
그대의 머리 위로 올라와서 햇살 가운데 춤추는
그대의 가장 부드러운 가지를 어루만질 때가 있듯이
대지에 뿌린 내린 그대의 발바닥까지 내려와서
그대를 온통 흔들어놓을 때가 있으리라.

마치 곡식을 단으로 묶어 추수하듯
사랑은 그대를 묶어 거두리라.
도리깨로 두드려 그대를 벌거벗기리라.
체로 쳐서 그대의 겨를 걸러내고
맷돌로 갈아 희게 하리라.
그대 안에 있는 덩어리가 깨지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그대를 반죽하리라.
그런 다음에 거룩한 불로 그대를 구우면
그대는 비로소 하느님이 베푸는 향연에서 쓰게 될
성스러운 빵이 되리라.

사랑이 그대에게 이 모든 일들을 하게 되면
그대의 내밀한 가슴이 지닌 비밀을 알게 되리라.
그것을 알게 되면 인생이 지닌 깊은 신비도 깨달으리라.

그대가 이것이 두려워
사랑이 주는 평화와 기쁨만을 추구한다면
그대의 벗겨진 알몸을 덮고 도리깨 방을 나와
춘하추동이 없는 세계로 들어가라.
거기서 웃게 되겠지만, 진정한 웃음은 아니리라.
울기도 하겠지만 진정한 눈물도 아니리라.

사랑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아무 것도 받지 않는다.
사랑은 아무 것도 소유하지도 소유를 당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족한 까닭이다.

그대가 사랑을 할 때,
“하느님이 내 마음 안에 계신다.”고 말하지 마라.
오히려 “내가 하느님의 깊은 심연 안에 있다.”고 하라.
그대가 사랑의 여로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오히려 사랑이 그대가 그럴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그대의 여로를 이끌어 주리라.

사랑은 사랑 자체를 충족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욕망이 없나니
그대가 사랑을 하면서 열망을 지녀야 한다면
다음이 그대의 열망이 되게 하라:
아름다운 선율에 따라 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흐르는 시냇물처럼 고요히 젖어들게 하며
부드러움이 지니고 있는 고통을 알게 하며
그대가 사랑을 앎으로써 상처받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피 흘리고자 하는 열망.

새벽에 잠을 깨면 마음을 드높여
사랑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날에 감사를 드려라.
정오에 휴식을 취하며 사랑이 주는 황홀감에 젖고
땅거미가 질 때면 감사의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며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하는 이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불러라.


  류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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