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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 위령의 날 l 서진영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2 조회수921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6년 11월 2일 위령의 날


 

 '위령의 날’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성인들의 통공’을 믿습니다. 이 교리는 하느님 곁에 계신 성인들은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고, 또 살아 있는 우리는 연옥의 과정에 있는 이들, 곧 하느님께 가까이 가려고 준비 과정에 있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살아 있는 이나 연옥의 과정에 있는 이나 그 누구에게도 당신의 자비를 베푸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제들에게 이날 세 번의 미사를 허용합니다. 신자들은 자유로이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요한 6,40)

 

 Everyone who sees the Son and believes in him
may have eternal life,
and I shall raise him on the last day.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서 안식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


 

 우리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이여, 그대는 이 거대한 시민으로 살아왔다. 당신이 5년을 살았든, 3년을 살았든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것은 마치 배우를 고용한 감독이 무대에서 다시 내려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이렇게 말한 것처럼, 우리네 인생은 각자가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연기하고 난 다음 피곤한 하루를 쉬러 아버지의 집에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비록 이 세상에서 보잘것없는 단역을 맡았다 할지라도 그것이 그의 본모습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넘어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누릴 수 있음을 믿고 희망합니다.

 

                                                      위령의 날

 

 

일전에 상여를 매었을 때 일입니다. 어느 더운 여름 신앙학교 준비로 잠시 나가있던 공소에 초상이 났습니다. 그 마을 할머니 한분이 돌아가셨는데, 상여를 맬 사람이 없어서 저와 함께 가 있던 남자 교사들이 꽃상여를 들었습니다. 장례미사를 마치고 상여를 들었을 때, 마을 공터에 나와 있던 동네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어느 할머니 복도 많다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상여도 들어준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제 마음이 조금 우쭐했습니다. 뭐, 이정도 가지고. 거의 작은 집채만한 꽃상여가 보기보다는 가볍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제 마음 먹은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큰 길까지 가려니 했는데, 가다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장의차에 실는 것이 아니라, 그 길로 산 정상 비탈까지 2시간을 올라갔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꽃상여 매고, 장지까지  갔습니다. 등산 코스치고는 30분거리의 완만한 비탈이었을지 몰라도, 상여를 매고 올라가기에는 멀고 힘든 길이었습니다.


  앞에서 상두꾼이 곡을 하고 뒤에는 베옷에 짧은 지팡이 짚은 유족들이 흐느끼고, 함께 상여를 매고 있는, 아니 상여에 매달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키 작은 아저씨들은 틈만 나면 멈춰 서서 유족에게 넘지시 뭐 주는 것 없냐며 시위를 했습니다.


  상여를 들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겁다’라는 말이랍니다. 왜냐면 정말 무겁기 때문입니다. 느릿느릿 올라가는 운구길에 매고 있는 관 속에 있는 할머니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체구는 작아도, 왜 이리 관은 무거운 것을 쓰셨는지, 그것도 이렇게 큰 꽃가마는 왜 쓰는지, 정말 내가 왜 이걸 들고 있어야 하는지. 그 할머니께서 생전에 무슨 좋은 일을 많이 하셨는지는 몰라도, 면식도 없는 내가 왜 이 무거운 상여를 매고 알지도 못하는 장지까지 가야하는지 길에서 원망 많이 했습니다.


  올라 가는 내내 오늘 복음 말씀인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자신을 달랬습니다.
   힘겹게 장지에 도착해서 하관을 하고 매고 온 꽃상여를 불에 태웠습니다.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던 관이 내려 놓는 순간엔 너무 가벼웠습니다. 망자에 관에 흙을 뿌리면서 사람들이 망자에게 건넨 말이 ‘이제 주님 품에서 편히 쉬세요’ 였습니다.


   그 순간 관을 매고 온 내가 그 무게를 졌다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신 분 역시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 안에서 편히 쉬기 위해,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까지 허리가 휠 정도로 세상의 무거운 짐을 안고 오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사셨습니다.


   마더 데레사 성녀의 말이 있습니다. “힘들고 지치면 쉬라구요? 좋든 싫든 주님 곁에서 앞으로 영원히 쉴 텐데, 그때가도 늦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무겁다고 원망한 그 상여의 무게, 사실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였습니다. 살면서 언제 한번 들어보겠다며, 언제 한번 해 보겠냐며, 하느님이 좋은 일 하라고 주신 공로의 무게였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구원에 이르는데 있어 짐을 덜어주시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짐을 지도록 살피십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알맞은 짐을 지게 하시며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힘과 보람을 주십니다. 지금 무거운 이 짐이 사실 내가 천국으로 가져갈 공로입니다. 

아멘.  - 서진영 신부 

 

♬ 주님여 이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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