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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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가 무엇이길래...굿뉴스를 떠난 신부님을 생각하며
작성자박영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3 조회수1,746 추천수13 반대(0) 신고
이형철 신부(안동교구 옥산본당 주임)
 
 
 
 
"신부님, 가방 좀 이리 줘 보세요." 공소 미사에 갔을 때 차에서 내리자마자
 
할머니 한분이 낚아채듯 내 공소가방을 가져가시는 것이다. 농담 삼아 "남
 
의 가방은 왜 뺏어가요?" 했더니, "신부님 짐 들어주면 병 낫는다잖아요" 하
 
신다. 정말로 그 할머니가 어디 아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
 
신부''''라는  직위에 대한 존경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인 듯해서 고맙게 받
 
아들였다.

 
 예전에 외국 신부님이 공소를 방문할 때 공소회장님이 반나절 걸어서 고
 
갯길로 마중 나갔다는 이야기, 신부님이 드시던 음식이 남으면 신자들이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 살면서 정말로 급한 일이 생기면 신부님 옷자락
 
이라도 잡고 싶었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구교우들이 사제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짐작이 간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환자 봉성체를 하는 날이
 
다. 본당에서 마지막으로 들르는 집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두분이 기다
 
리고 계신다. 할머니는 아직 기력이 좋으신데 할아버지가 몇해 전부터 바
 
깥 거동을 못하신다. 할아버지께 성체를 모셔드린 후 집을 나서면 할머니
 
는 내가 차를 타고 한참을 갈 때까지 큰 길 앞에서 지켜보고 계신다.

 
 어느날 할머니 집을 나서서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거울에 비친 할머
 
니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손을 모은 후 성호경을 아주 정성스럽게 긋고는
 
내 쪽을 향해서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나와 상관없이 당신 기도
 
를 하시는가 싶었는데 방문할 때마다 똑같은 동작을 하시길래 ''''
 
본당신부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것이구나''''하고 확신하게 되었다.

 
 "할머니, 무슨 기도하세요?"하며 여쭤보고도 싶지만 굳이 답을 듣지 않아
 
도 그 내용을 알 것 같다. 본당신자들 중에 가장 흥이 많으신 분, 잔치 때가
 
되면 막걸리 한 잔 하시고 제일 먼저 춤추며 좋아하시는 분, 그 할머니의
 
또 다른 모습을 마음 속에 담아 둔다. 요즘은 할머니 집을 나설 때면 차에
 
있는 거울을 쳐다보게 된다. ''''오늘은 언제 성호경을 그으시나….''''
 
                             

 

 

 


임쓰신 가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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