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받고 있을 때

주님,

저는 지금

이웃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세상이 온통 어둔 장막에

싸이고 잇습니다.

대지와 하늘이 식어 잇고

저는 멀리 구석으로

초라히 밀려나 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주님,

저로 하여금 눈을 감고

기억을 천천히 더듬게 하시어

숨겨진

엄연한 사실을 깨닫게 허소서.

제가 언젠가 싸늘한 눈빛으로

이웃을 상하게 했거나

이웃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차갑게 외면했거나

이웃을 찌르며 나무랐거나

비열하게 욕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게 하소서.

또한 제가 받는 이 미움은

정의나 사랑을 펼치다 생겨난 것이

아님도 알게 하소서.

주님,

저로 하여금

향기로운 대지와

끝없이 밝은 하늘을

바라보게 하시고

“저에게 잘못한 이를

제가 용서하오니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라며

눈물짓게 하소서.

아멘.

- 기도가 그리운 날에는 中에서 /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