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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산(山)이 준 메시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4 조회수603 추천수3 반대(0) 신고

 

                                  산(山)이 준 메시지
                                          
 

     등산은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각자가 산을 찾는 이유야 다르겠지만

     산을 오르고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긴 침묵은

    어느덧 흩어졌던 제 마음과 생각을 한곳으로 모아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괜찮은 이유는 바로 산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스승님들

    때문입니다.


     오래간만에 시간이 나서 동창수녀와 함께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캄캄한 이른 새벽, 계획된 일정에 맞춰 일어나 첫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한 설악산.

     비선대쪽에서 대청봉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평일이라 인적이 드문 설악산의 아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상쾌한 아침공기와 절경은 저희의 발걸음을 수시로 멈추게 했고

     그냥 여기서 초막 셋을 짓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답니다.


    그래서 대청봉에 오르자 각자 제 기쁨에 겨워 함께 “야호!”하고 외쳤습니다.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조금 가다가 등산객 한분이 저희에게 말을 걸어

    오셨습니다.

    “아까 ‘야호!’ 하신 분들이 수녀님들이시죠?”

    “네!”

    저희들은 신이 나서 씩씩하게 대답했답니다.


    아저씨는 조금 주저하시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저…그런데 산은 우리가 주인이 아니고요, 자연과 동물들의 것이랍니다.

    저희는 이 산을 찾는 손님들인 거죠. 혹여 쉬고 있는 숲의 주인들이

    놀라지 않게 말입니다.

    그러니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는 것이 예의입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산도 주인이 있고 세상도 주인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스러운 하느님이 만드신 이 세상,

    저희야말로 세상의 손님이라는 생각을요.


    이미 세상의 주인이신 분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

    요란스러울 필요가 전혀 없는 저의 정체성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

 

                       
                                            Mozart - Minutte - vi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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