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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추억 만들기 l 권상희 수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7 조회수648 추천수7 반대(0) 신고
 

                            추억 만들기 

                         
         

  수요일과 금요일엔 성모회에서 준비한 순대와 한 화장품회사 사장이 보내준 크림을 싣고 초소방문을 갑니다.


 초소 앞에 도착하면 성모회 봉사자 어머니들은 도마와 칼을 챙겨들고는 순대를 썰 마땅한 장소부터 찾지요. 적당한 장소에 도마를 척 깔고 준비해간 장갑을 끼고는 분식집 아주머니처럼 매우 능숙한 솜씨로 순대를 썹니다. 처음엔 손에 물집이 잡히고 순대 모양도 각양각색이더니 이제는 아주 잘들 하십니다.


   이 순간은 모두가 각자 할 일을 찾아 왔다 갔다 하느라 음식을 막 주문받은 음식점 주방처럼 바쁩니다. 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고자 자리를 잡으면 신부님 한 말씀이 이어집니다. 신부님은 병사들에게 부담 없는, 그렇지만 소중한 한마디를 건넵니다. 그 한마디가 딱딱하지 않아 듣기에 참 좋습니다.


   성모회 어머니들이 정성껏 준비한 순대가 소금과 함께 차려지면 병사들은 신부님의 간단한 감사기도를 시작 구령 삼아 맛있는 순대를 먹을 수 있습니다.


   병사들이 허겁지겁 순대를 먹고 있을 무렵에 우리는 준비해간 묵주팔찌와 십자가 배지를 나눠줍니다. 이 작은 성물이 그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길 바라면서….


   한 은인이 준비해준 즉석 사진기로 병사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들을 담습니다. 필름이 비싸 모두 찍어 줄 수는 없지만,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병사들을 위해 하나의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갖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추억 만들기….'


   굽이굽이 해안을 돌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저 멀리 가버립니다. 오늘은 돌아오다 이제 서서히 생태계 균형을 찾아가는 시화호 한쪽에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갈대를 보았습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석양과 함께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갈대들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은 것일까요?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는 자연의 섭리가 신비롭게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 권상희 수녀 (군종교구 안양 충의본당, 인보성체수도회)

 

      

                                 De Col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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