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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뻔히 드러나는 핑계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7 조회수717 추천수5 반대(0) 신고

 

 

<뻔히 드러나는 핑계>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오십시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큰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루가 14,15-24)


  큰잔치에 초대 받은 사람들 중에 그 초대를 거절한 사람들은 모두 제 일을 보느냐 바쁘다고 핑계를 대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내건 핑계는 모두 빤한 거짓말입니다. 실제로 우리들도 어느 모임에서 초대가 왔을 때 참석하기 싫으면 모두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댑니다. 결국 거짓말하는 셈입니다.

  

  그들이 댄 핑계를 살펴봅니다. 땅을 사고 팔 때는 먼저 누구라도 먼저 그 땅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굳이 그날 또 다시 가보지 않아도 됩니다.

  겨릿소 다섯 쌍을 살 정도이면 상당히 큰 땅을 지닌 부자입니다. 정태현 신부님의 책에는 겨릿소 다섯 쌍이 가는 면적이 약 45ha (약 136,000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사려는 소들을 다 확인했을 것이며, 그가 매우 큰 부자이니 심부름할 다른 집사들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새신랑도 미리 양해를 통보했을 것입니다. 결혼식이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그날에 닥쳐서 참석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모두 그 잔치에 가보아야 이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핑계 대었습니다. 아마도 앞 구절에 쓰인 장애인, 가난한 사람들을 초청하라는 문장 뒤에 이 대목이 놓인 것으로 보아, 이들 큰 부자들과 동시에 자기들과 격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다수 초청된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예레미아스에 의하면 팔레스타인 풍습은 초청을 두 번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간다고 했다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째 초청에는 핑계를 대었나 봅니다. 그것도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빤한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결함 중에 계급을 따지고 꼭 끼리끼리 모이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 잔치에 참여하면 자기네 체면이 깎인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되지도 않는 핑계라도 대어야 했습니다.


  한자어로 바쁜 것을 ‘황망(慌忙)하다.’ 라고 씁니다. 뜻을 새겨 보면 마음 心 변에 황폐하고, 죽은 것을 뜻하는 亡 字를 썼습니다. 어쩌다 자기 마음을 잃을 정도로 정신 나간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제 마음을 간직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분산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주님께 신앙의 중심을 두는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황망하지 않게 됩니다. 그는 언제나 주님께 마음을 두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편하고, 고민하지 않게 만들어 주십니다. 그 잔치에 참석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무슨 핑계를 대나하는 정신 산란한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어 주십니다.


  이제 초청을 거절한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초청받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불러 모으게 됩니다. 이는 이방인 선교를 복음정신으로 삼았던 루가공동체의 사상이기도 합니다. 그중 최 우선시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 불구자, 절름발이, 소경들입니다. 루가저자의 뜻이 담겨있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하느님나라의 잔치는 예정대로 열릴 것이며, 그 연회장은 만원이 될 것입니다.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필부필부들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특권의식을 내세우지 않고 한 형제 한 가족이라는 생각만 지니고 있다면 모두 초청을 받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주님께 온 마음을 드리지 못하고 신앙생활을 게을리 하는 것이 주님보시기에 모두 거짓뿌렁하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참아 주십니다. 이 점을 안다면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내맡기는 기도

                    -예수의 샤를르 형제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에나 준비되어 있고

   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 위에

  이루어진다면

  이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의 영혼을 당신 손에 도로 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옵기에 이 마음의 사랑을 다하여

    제 영혼을 바치옵니다.

 당신은 제 아버지시기에 끝없이 믿으며

   남김없이 이 몸을 드리고

    당신 손에 맡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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