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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럴수도 있겠지
작성자김선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8 조회수710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 예수님!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복음 14 33

 

자라나면서 가끔 부모님께서 옥신각신하시는 걸 본 적이 있고 또 내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 보니 남편과 자식들과 종종 의견 대립을 하여 가정의 화목이 깨졌던 적도 있다.

 

곰곰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옳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결코 그르지 않은 것을 가족 구성원이 따르고 함께 나아가길 원했으나 번번히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고와 판단이 있기에 충돌이 있었고 더불어 나 자신은 그들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 차릴수 있었다.

 

가톨릭 신문에서 김제동 부제님이 쓰신 컬럼에서 그분의 진료실에 연로한 팔십의 노부부가 찾아 왔다고 한다.  부제님께서는 요즈음같이 이혼을 쉽게 하는 시절에 무엇이 당신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해로하셨냐는 질문에 노부부왈,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상대방을 바라보면 만사가 해결되더라는 것이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부모나 남편이나 아내 자식들 마저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엄포를 놓으신다.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행동한다면 아마도 예수님은 역사에 남을 유명한 악인으로 이름을 남길게 의심의 여지가 없을게다.  아마도 신앙인으로서 예수님이 마련해 놓으신 여정을 밟으려면 자신안에 들어있는 모든 사고를 깨부수고 오롯이 주님의 뜻을 향하여 열려 있어야 한다는 말일게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구성원이 모두 자기 주장이 강하고 색깔이 너무나 각각 확실해서 늘 어떤 의견이 대립되면 각자의 소리를 높이느라 상대방을 생각하고 헤아릴만한 여유가 추호도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그래서 완전한 삶의 한 장을 결혼으로 생각하고 훌륭한 가정을 꾸리려는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결혼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실망을 수없이 해 왔었다.

 

그러나  고통안에서 나는 수천 조각으로 깨지면서 온 세상것을 차츰차츰 포기하니까 의외로 주님께서는 더 많은 것을 생각지도 않게 주시는 것이다. 

 

남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 나니 남편은 내가 꿈꿨던 동반자로서의 영혼의 동무가 되어 버렸고, 자식에 대한 기대를 모두 버렸더니 자식은 그렇게 사랑스럽고 내 간을 빼주어도 아깝지 않을 자식으로 둔갑해 버렸다. 비록 자식이 예전과 크게 다르게 변한게 없더라도 말이다.

 

이런 신비를 주님께서는 넘치게 주시는 무한한 존재이시다. 내가 파이처럼 생긴 내 속을 하나하나 얇은 껍질을  벗길 때마다  그 분은 역사하시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라든지 여정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다 떠나서 내가 가진 모든 걸 포기했을 때 넘치는 평화와 환희,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체험해 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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