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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2 > 어떤 여인 ㅣ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08 조회수994 추천수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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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여인

                           

   어느 날 불쑥 이상한 손님(?)이 날 찾아왔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웬 여인에게 내 마음이 자꾸 끌려가는데 세수를 해도 그 요상한 마음이 씻겨 지질 않았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


   아침기도 때도 기도서에 그녀의 얼굴만 보였으며 미사를 드리다가도 자주 혼란에 빠지곤 했다.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내 감성의 문을 두드렸고. 나는 또 그 노크소리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던 여자였다.


   그녀는 정말 잘 모르는 여자였고 기껏해야 얼굴만 간신히 기억하는, 사실은 이름도 모르는 여자였다. 그런데 뭔 일인지 그녀가 나를 붙들고 놓아 주질 않았다. 이상한 일 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었다. 한 며칠 지나자 이상하던 열기가 사라지면서 눈에 삼삼하던 그 모습도 지워지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뭔 주책이었나 싶어 혼자 부끄러워하다가도, 그 감정이 꼭 내가 원한 불순한 것만은 아니라고 자위를 했다, 그라고 한참 후의 일이었다.


   한번은 용인에 있는 수녀원에 볼 일이 있어 호남고속도로를 승합차로 달리는데 마침 주일 오후의 빗길이라 사고 차량이 많았다. 트럭이 뒤집혀 적재했던 채소가 도로를 메운 곳도 있었고 몇 중 추돌 사고로 승용차들이 지그재그로 떠밀린 채 사람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들도 있었다, 그리고 논산 부근 이었다.


   웬 승용차가 트럭을 뒤에서 받았는데 승용차 앞부분이 상당히 파괴된 채 찌그러져 있었고 한 여인이 부상당한 남자를 안고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잊었던 망각의 저쪽 끄트머리에서 갑자기 한 사건이 번개처럼 튀어 나오는데 바로 그것 이었다!


   언젠가 꿈속에서 내가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나는 이미 죽었다고 판단했는데 어떤 여인이 부상당한 나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나를 안았던 여자가 바로‘그녀‘ 였다! 시도 때도 없이 내 가슴을 온통 휘젓고 다녔던 여자가 그녀 였다.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꿈에서 있었던 일이고 그리고 무근 꿈을 꾸었는지 조차 전혀 몰랐던 일인데 어째서 그 여인만이 홀로 내 머리에 남아서 그토록 나를 흔들었을까. 그것은 거기서 또 다른 어떤 사건의 이야기를 연결시켜 생각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들은 얘기였다.


   한 여학생이 자기 어머니를 아주 무서워했는데 그 증상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무섭게 대하는 것도 아닌데 딸은 계속 눈치를 보며 어머니를 피했으며,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는 딸도 엄마도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려진 사실은, 어머니가 그 달을 임신했을 때 아이를 낙태시키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걸 태아가 알리도 없고 엄마도 오래된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이의 어떤 직감에서 튀어나와 어머니를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세상 참 무서운 것이다.!  뱃속의 태아가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고 있으며 내 마음 내가 모른다 해도 누군가가 분명히 내 기억에 입력을 시켜 준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 어떤 프로그램에 의하여 ‘인생’ 이라는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있는가.


   요즘 여러 곳에 피정지도를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성서의 내용을 가지고 관상을 시켜 보면 좀처럼 그 내용을 영상화 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자글 뿐만 아니라 많은 신학생들과 수녀님들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다른 쓸데없는 프로그램들이 너무도 많이 그들의 머리에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것에 내가 묶여 노에처럼 끌려 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인생이 끌려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걸 보면 정말, 들린다고 아무것이나 다 들을 것도 아니며 또 보인다고 아무것이나 다 쳐다볼 것도 아니다.


   세상에 좋게 만드는 것은 지식이나 권력보다는 결국 나 하나의 올바른 이미지인 것이다. 그러니까 삶이 어려울수록 좋은 말 서로 나누고, 좋은 생각 서로 간직하며, 그리고 좋은 행동을 애서 표현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변하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내 가슴을 휘젓고 다녔던 꿈속의 ‘그녀’ 가 생각난다. 나도 남의 꿈속에 들어가 좋은 일을 할 수는 없을까?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소록도에서온 편지)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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