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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간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0 조회수628 추천수4 반대(0) 신고

 

 

<인간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루가 16,1-8)


  루가복음서에서만 나오는 이 비유는 논란이 많은 대목입니다. 좁은 인간의 시각으로만 생각하다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우리 생각과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가장 의견이 분분한 대목은 8 절의 말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학자들 간에 차이가 납니다. 8절의 세 문장을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받아 드려지는 내용에 차이가 납니다.


  자세한 해석을 여기서 논할 수는 없지만, 각 학자들이 주장하는 요점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8a에 나오는 kyrios 를 누구로 볼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부자인지, 예수 님이신지 하는 문제.

  *8b ‘영리하게 대처하였다.’가 인간의 눈으로 보아 칭찬한 것인지, 하느님의 눈으로 본 칭찬의 말인지 하는 문제.

  *8c  이 말씀이 제자들에게 세상의 자녀들의 행동을 따르라는 것인지, 아니면 반어적으로 본받을 세라 걱정하시는 말인지 하는 문제.


  각 학자들은 위에 열거한 문제와 더불어 이 문단을 9절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9-13절을 한 대목으로 따로 해설 구문으로 볼 것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해석상 문제점을 옆에 밀어두고, 1-7절의 의미를 새겨보면 상당히 단순해집니다.

  어느 부자의 집사가 부자의 재산관리를 하는 데 그 당시 관습대로 원금에 이자를 덧붙여서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 본래 이자보다 넘어서는 부분이 자기 몫이었습니다. 세관장들이 세금을 거두어들일 때도 그렇게 하였습니다. 미리 얼마 바칠 것을 계약하고 나서 그 대금을 수단껏 거두어들이면 되었습니다. 그러니 세관장들은 비용과 이익을 덧 붙여 세금을 거두어들였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그 집사는 평판이 좋지 않았나 봅니다. 남보다 고리를 받았을 수도 있고, 계약서 집행이 악랄했을 수도 있습니다. 본문처럼 실제로 부자의 재산을 횡령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문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소문을 중시하는 부자들의 심정을 루가저자는 이용하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체면을 아주 중시합니다. 자기가 노랑이라는 말을 듣기 무척 싫어합니다. 그런 말은 욕보다 더 심하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로 생각합니다. 부자들은 넉넉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가 존경해 주기를 바랍니다. 상대가 멸시하거나 조금만 뜨악하게 보아도 큰 일이 난 것으로 호들갑을 떱니다. 그러니 이 부자는 그 집사를 갈아치울 생각을 한 것입니다. 재산상의 손해보다도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 더 괘심했습니다.


  이런 점은 영리한 집사도 마찬 가지였습니다. 그도 그 자리에서 쫓겨난 뒤에 사람들이 자기를 따돌림하고 받아 주지 않을 것이 두려웠습니다(4절).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떼어 탕감해주더라도 그들에게서 못된 보복을 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지도록 만들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또 그는 실제로 많은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라도 그 보답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고 잔머리를 굴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또다시 좋은 소문을 내었을 것입니다. 아주 나쁜 사람인 줄 알았더니 꼭 그런 자는 아니었다는 소문이 났을 것입니다. 이제 그 부자는 굳이 자기 체면이 깎이지 않게 된 것을 알았습니다. 제 재산도 축나지 않았고, 체면도 다시 회복시켜 주었으니 그 집사를 그냥 내치지 않고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재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에서 존경받고 인정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조금 손해 보는 듯 하여도 그것이 더 낫습니다. 혼자만 더 잘 살기보다 같이 어려움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한 것입니다. 서로의 어려움을 살펴주고 고통을 위로해 줄 때 행복이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재물은 모두 주님께서 자신에게 위탁해 놓은 것일 뿐입니다. 재물에만 마음을 두면 주님께서 우리 안에 자리하실 여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두 주인을 함께 섬길 만한 능력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땐, 당신은 무엇을 바치렵니까?

    오, 나는 손님 앞에 내 생명이 가득 찬 그릇을 올리겠어요.

    나는 결코 빈 손 으로 그를 돌아가게 하지는 않으렵니다.

    나의 모든 가을날 여름밤의 모든 달콤한 포도의 수확을,

    내 바쁜 생애의 모든 소득과 주워 모은 이삭들을

    나는 그 앞에 내놓겠어요.

    나의 날이 끝나 죽음이 내 문을 두드릴 때엔.”

                        -기탄잘리, 타고르 지음, 박희진 옮김,

 

 

Softly & tenderly Jesus is caii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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