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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11일 야곱의 우물- 루카 16,9-15 묵상/ 노(老) 수녀님과 노(老) 신부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1 조회수597 추천수5 반대(0) 신고

노(老) 수녀님과 노(老) 신부님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그러니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또 너희가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을 내주겠느냐?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이 이 모든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비웃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 마음을 아신다. 사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다.”
(루카 16,9­-15)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딸이 돌아와 대구에 계신 시어머님께 인사를 가려고 KTX를 예약했다. 그날따라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일 때문에 동두천에 가 있던 애들 아빠와 서울역에서 만나 같이 내려가기로 했는데, 기차시간을 잘못 알고 동두천에서 늦게 출발했다는 것이다.

 

발매된 기차표는 역에 가야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서 큰딸에게 문단속하고 시간 맞춰 오라고 하고는 작은딸과 함께 정신없이 역으로 달려가 그 다음 시간으로 교환했다. 온 식구가 헤쳐모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폭우 속에서 큰딸이 무사히 오길 기다리며 출입문 쪽을 계속 주시하는 동안 주변 풍경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행선지가 어딘지는 몰라도 놀러 가는 사람, 일하러 가는 사람, 배웅 나온 사람, 마중 나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의 군상이 흥미로웠다. 마침 그때 내 시선을 멈추게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노 수녀님과 노 신부님의 만남이었다.

 

복장에서부터 눈에 띄는 그분들. 노 수녀님 곁에는 젊은 수녀 두 분이, 외국인이신 노 신부님 곁에는 통역을 하는 나이 지긋한 평신도 한 분이 계셨다. 수도복이 비에 젖은 채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에서 포옹하는 그 모습이 정말 보기가 좋았다.

 

해맑은 웃음을 지니신 연세 지긋한 수녀님과 신부님이 서로 정답게 인사하신 후 종종걸음으로 다음 행선지로 떠나시는 모습을 보며 흩어진 가족들을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던 내 마음이 환해졌다. 비록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그분들한테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참으로 그윽했고, 짧은 동영상을 보듯 그분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평생을 하느님을 따르는 분들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요 아름다움이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오늘 복음 말씀은 경제력을 삶의 중심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중년의 나를 일깨우는 하느님 말씀으로 들린다.

임종심(서울대교구 중림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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