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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에 대한 묵상
작성자이복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3 조회수687 추천수10 반대(0) 신고

 

 

돌에 대한 묵상

-걸림돌이 아닌 누름돌-


 

내가 분가하여 새살림을 나서부터 계속 쓰던 돌이 있다.

어느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주어온 것인데 부엌살림 중에 없어서는 안될 도구중 하나이다.

 

유난히 저장식품이 많은 우리나라 음식. 

오이지, 무우 짠지, 삭힌 고추, 간장 게장....등, 오랜시간 숙성시키는 음식을 만들 때는 특히나 필수기구에 속한다.

 

여름이면 오이지 담글 때,  소금물을 끓여 붓고는 오이가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그 돌을 올려 놓았었고,

최근엔 삭힌 고추를 만들려고 고추에 바늘집을 넣고 망에 담아서 식초와 설탕을 적당히 섞은 간장을 붓고는 무겁게 눌러 놓았다.

 

짠 소금물에서 치솟아 오르려는 부력을 지닌 재료들로서는, 자신을 눌러 줄만한 적당한 크기의 돌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렇지 않다면 십중팔구 들떠 있는 부분은 골마지가 끼고 상해서 내버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올라가려는 속성과 내리누르려는 속성과의 만남은 파국(破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곰삭은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듯, 나에게 있어서도

‘종교’가 ‘신앙’으로 곰삭아지고, '앎'이 '삶'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소금물에 절여져야 하고 무거운 돌로 눌러져야만 했겠다 싶다.

 

그동안 걸림돌인줄 알고 치워 버리려고만 했던 그 돌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누름돌 역할을 해왔겠구나.

치솟는 교만을 누르고, 게으름을 누르고, 욕심...들을 누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었겠구나.

 

왜 나에게만...하며 고통스러워했던 순간들이 나를 진정 살아 있게 한 시간이었고,

왜 나를 자유롭게 놔두지 않느냐며 원망했던 일들이 진정한 자유를 위한 포박이었구나.

 


내 살림살이중에 소중한 그 돌처럼,

주님 살림의 소중하올 누름돌들에게 서운함 대신 고마운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이 아녜스*

 

 

 

메이 세컨 (May Second)의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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