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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
작성자최윤성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3 조회수469 추천수4 반대(0) 신고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11월 위령성월이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위령성월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묵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과, 마무리하는 이들을 돕는 봉사자들을 통해 살아있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위령성월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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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준비

 어느 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죽음 준비와 관련한 강의를 마련한 적이 있다. 죽음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건강할 때 미리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삶을 되돌아보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노인들 반응이 어땠을까.

 아주 냉담했다. 흔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또는 "빨리 죽어야지"하는 노인들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명쾌하게 입증해 주는 하나의 예라 하겠다. 하늘나라가 가까운 노인들에게도 막상 죽음 이야기는 떠올리기 싫은 금기의 영역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지만 죽음이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 자체에 대해서 별다른 준비가 없다. 죽음 교육은 언제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미리 충분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는 갑자기 다가올 죽음에 대비해 삶을 좀더 충실하게 살라는 뜻이다. 죽음 준비는 역설적으로 곧 삶의 준비인 셈이다.

 자기 삶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죽음 교육이 노인이나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죽어가는 환자를 보살피는 호스피스와는 다른 차원이다.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 준비'는 반드시 필요한 '삶의 절차'다.

 ▨ 죽음에 대한 오해

 많은 이들이 마치 죽음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여기며 산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다. 죽는 순간까지 죽음을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남는 이들과 작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보다 의미있게 삶으로써 죽음을 한층 편안하게 맞이하자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을 절망 그 자체로 단정하거나 죽음 이후는 무(無)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다. 죽음 교육의 대가 퀴블러 로스 박사는 "우리 몸은 번데기와 같아 죽으면 영혼은 육신으로부터 벗어나 나비처럼 예쁘게 날아서 천국으로 가니까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다"고 역설한다.

 ▨ 죽음 교육의 목표

 그렇다면 죽음 교육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죽음학의 세계적 권위자 알폰소 데켄(예수회, 일본 상지대 교수) 신부는 죽음 교육의 구체적 목표를 다음과 같은 15가지로 구분했다.

 1.죽음과 죽는 과정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임종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2. 평소 죽음을 묵상케 함으로써 죽음을 잘 대비토록 한다.

 3.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배워 임종환자의 가족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한다.

 4. 죽음에 대한 쓸데없는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준다.

 5.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6.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다.

 7. 말기 암환자에게 병명을 숨기기보다 진실을 말해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8. 안락사 등 죽음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를 올바로 이해시킨다.

 9. 죽음 판정, 뇌사, 장기기증 같은 법의학적 차원 이해를 넓혀준다.

 10. 장례식의 의미를 알게 하고 환자에게 자신의 장례 형태를 고르게 한다.

 11. 살아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12. 죽음을 잘 맞이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노년기를 인도한다.

 13. 나름대로 죽음 철학을 갖게 한다.

 14. 죽음에 대한 종교적 이해를 갖도록 유도한다.

 15. 내세에 대한 희망을 갖도록 격려한다.

 ▨ 그리스도인의 죽음

 김부자(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총원장) 수녀는 "살면서 죽음만큼 확실한 것이 어디 또 있느냐"면서 "하루 사는 것이 곧 하루 죽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늘 죽음을 받아들이며 가까이 하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새로운 탄생이므로 결코 두려워하거나 낯설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죽는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평소 하느님 말씀에 따라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를 걱정하라는 것이다.

 '열한명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낸 아흔한살 어머니가 죽기 직전 신부인 장남이 마지막 미사를 올리자 위스키를 한잔 달라고 한 뒤 담배를 또 달라고 한다. 어머니는 담배를 맛있게 피운 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안녕"하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죽음의 슬픔을 유머로 승화시킨, 자녀들을 위한 아름다운 어머니의 배려는 자녀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귀중한 선물이었다.'(데켄 신부가 지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본문에서)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사진설명)
죽음을 잘 맞기 위해서는 평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관(棺)에 들어가 죽음을 미리 체험해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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