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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14일 야곱의 우물- 루카 17, 7-10 묵상/ 부 모 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4 조회수858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모님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7,7­-10)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하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혈당과 혈압이 갑자기 오르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두 달 넘게 어머니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수발하셨는데,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자녀들이 병원비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시고 긴 병에 효자 없다며 씁쓸해하셨다.

어느날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맏이인 나를 부르시더니 당신 간병하느라 아버지께서 고생하신다며 잘 챙겨드리라고 하셨다. 아버지 환갑 때 대충 지낸 터라 칠순은 서운하지 않게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픈 사람이 있으면 잔치를 하지 않는 거라며 완강히 거부하시는 통에 식구들끼리 식사만 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아이들처럼 무척 좋아하는 한편으로 자식들에게 폐를 많이 끼친다고 걱정하셨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혼자서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하긴 결혼 후 1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어머니께 식사 한번 대접할 수가 없었다. 드시고 싶은 것을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동네에 있는 고기 뷔페 집에 가자고 하셨다. 큰맘 먹고 나선 것에 비하여 음식점은 초라했다.

 

딸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신 아버지는 가격도 저렴하고 먹고 싶은 것 다 골라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애써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어머니는 당뇨와 백내장으로 앞을 잘 보지 못해 아버지가 갖다 드린 음식만 드셨다. 오랜만에 딸과 함께하는 외식에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땅히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인데 평소 왜 그렇게 해드리지 못했는지 후회스러웠다. 같이 있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자주 두 분을 모시고 좋아하는 영화도 보여드려야겠다.

임종심(서울대교구 중림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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