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콩 한 알의 생명의 힘ㅣ김우성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7 조회수810 추천수4 반대(0) 신고

    

 

                       콩 한 알의 생명의 힘

 

  올 봄에 1000여 평 되는 땅에 콩을 심었다. 지난 10월 중순 쯤부터 들어간 콩 수확은 심은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결실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교우들과 함께 해 온 시간들 안에서 콩알의 수만큼 기쁨과 감사의 은혜는 너무나 컸다. 토실토실한 콩알들은 자연의 생명과 사랑을 머금고 있어서인지 유난히 누렇고 빛이 난다.


 

 콩알들아

 새들이 다가오면 새들에게

 풀벌레가 다가오면 풀벌레들에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바람 맞아 가며

 속을 키워내더니

 이제는 네 집을 박차고 나와

 그저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구나.

 

 변덕스런 날씨에 혹시 콩 젖을까봐 아예 집무실 방에 콩을 말리기로 했다. 방에 널려진 상담책상이며 책 등을 한 쪽으로 몰아붙이고 부대에 담긴 콩들을 쏟아 부었다. 없는 시간 쪼개어 찾아온 손님들께는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었지만 그저 따뜻한 며칠 밤 묵어가시길 비는 맘으로 맞이했다.


 지금 나는 콩알 속 집무실 방 안에서 비집고 앉을 자리에 놓인 콩들을 옆으로 잠시 제쳐놓고 방안에 가득한 콩알들을 바라보며 '사목일기'를 쓰고 있다.

 

 어떠한 잎 새든지 그 잎 새를 키워 낸 나무의 생명을 머금고 있듯이

 어떠한 나무든지 그 나무를 키워 낸 흙의 생명을 머금고 있듯이

 자연에 머무는 모든 만물 중에 하느님의 생명을 머금고 있지 않는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수많은 형태의 그릇이 한 흙으로 빚어지듯이, 온갖 형상의 자연의 유형 또한 하느님의 생명을 떠나 존재할 수 있겠는가?

 

 농부의 길은 자연의 섭리를 알게 해주는 길이다. 자연이 우리 모두를 위해 이뤄 주는 일에 비하면 나 스스로가 했다고 우길만한 그 어떠한 것도 있을 수 없음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길이다.

 

 자연을, 땅을, 흐르는 냇가의 물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

 콩 한 알, 쌀 한 톨, 나의 생명을 바라보듯 겸손되이 받아들이며 감사해야 한다.


 그 어떠한 핵폭탄의 위력도 콩 한 알의 생명의 힘에 비하면 한낱 그림자뿐임을.


                    - 김우성 신부(의정부교구 양주2동본당 주임)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