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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수를 물리치는 기도 습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8 조회수788 추천수3 반대(0) 신고

 

 

<원수를 물리치는 기도 습관>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루카 18,1-8)



  제가 알고 있는 어느 형제님의 어머님께서 오랫동안 치매로 고생하셨습니다. 어머님은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식사를 하십니다. 그리고 제 때 식사를 주지 않으면 울꺽 화를 내십니다.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며느리 년이 밥 안준다고 하소연하십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 며느리나 아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난감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이 분은 식사 전 기도를 얼마나 공손히 드리는지 모릅니다. 그럴 때는 얼굴에 하나 가득 미소를 띠고 계십니다. 또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중얼중얼 대십니다. 무슨 소리 하시나 가만히 들어 보면 “예수, 마리아, 요셉” 하십니다. 호칭기도를 끊임없이 외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어머님께서 기도하시려고 밥 달라고 하시는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구교집안에서 자라셨고 평생 묵주기도와 호칭기도를 빼놓지 않고 드리셨답니다. 기도와 식사를 연결시키시는 바람에 불현듯 기도가 생각나시면 밥 생각이 나시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원수를 징벌해 달라고 졸라대는 과부의 모습이 그 어머님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평생 건강할 것이라는 장담을 못합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긴 하겠지만 우리가 바라지 않았던 고통이 닥쳐 올 수 있습니다. 치매도 얼마나 인간을 황폐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병에 든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 못합니다. 오죽하면 ‘간병 우울증’이라는 병명이 다 생기겠습니다.

  

  과부에게 원수(antidikos)로 다가온 것은 오늘날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원수는 하시라도 주님으로부터 우리를 떼어놓으려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배반하기를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꼬드기고 있습니다. 질병마저 이용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물러서지 않을 원수입니다.

  치매라는 고난 중에도 예수님을 잊지 않으시고 기도하시는 그 어머님을 볼 때 큰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저도 평소에 기도하는 습관을 확실히 들여 혹시라도 정신을 놓는 질환에 걸리더라도 주님을 배반하는 일 없이 매달릴 수 있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니 어느 자매님께서 자신의 시어머님의 예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시어머님도 돌아가시기 전 1 년간 치매로 고생하셔서 요양원에 모셨는데 낮이고 밤이고, 새벽도 가리지 않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 부르셨답니다. 집에서 모실 때도 미사포를 쓰시고 성당에 가시겠다고 집을 나서시는 바람에 말리느냐고 많이 힘들었답니다. 그러다 숨을 거두시기 전에 “예수님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졸리다.”하시고는 눈을 감으셨답니다.

  젊었을 적부터 레지오 마리애와 기도생활을 열심히 하신 시어머님께서 정신을 놓으셨더라도 주님을 찾는 모습에 감명 받았고 자신도 그런 시어머니 간병하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그런 가운데 감사하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는 고백을 하셨습니다. 자신도 시어머니처럼 기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잠들기 전의 기도

                         -아우렐리우스 끌레멘스


      하루의 일이 끝나고

      다시 고요가 찾아듭니다.

   

      고뇌가 마음을 뒤흔들고,

      비통함이 정신을 죄입니다.

      그러나 망각의 잔을 마시고

      구원을 얻어야 합니다.

  

      고요한 강물은

      지금도 혈관 속을 몰래 흐르니,

      전 더 이상

      고통의 의미를 되씹지 않겠습니다.

 

      부디 피곤한 육신이

      깊은 잠에 취하게 하소서.

      지친 사람들의 수족을 풀어주는

      곤한 잠 속으로,

      그리하오면 잠 속에서라도

      주 그리스도를 뵈옵고

      기쁨에 울겠나이다.

 

 

 


바이올린 로망스 제 2번 작품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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