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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일 복음묵상] ‘때’를 위한 준비 l 김형중(그레고리오)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19 조회수772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6년 11월 19일 연중 제33주일 나해
(평신도 주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 사도직에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성직자 중심의 교회를 반성한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께서 주인이 되시고, 그 구성원인 성직자와 평신도가 모두 하느님의 백성을 이루는 것입니다. 공의회의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1968년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의 결성과 더불어 대림 제1주일을 ‘평신도 사도직의 날’로 제정하였습니다. 그 뒤 1970년부터는 연중 마지막 주일의 전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 오고 있습니다.

교회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세상 종말과 죽음을 깨어 준비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우리에게는 깨어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죽음과 세상 종말에 대하여 자주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구원이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멸망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마르코 13,24-32)


 

  "Learn a lesson from the fig tree.
When its branch becomes tender and sprouts leaves,
you know that summer is near.
In the same way, when you see these things happening,
know that he is near, at the gates. 

 


예수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오는 날을 깨어 기다리라고 당부하십니다


 ☆☆☆


사이비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세상 종말을 자주 예언하였습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분명 하느님만이 아신다고 했음에도 그 날과 그 시간을 계산해 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들의 예언은 빗나갔습니다. 1992년 10월 28일의 휴거설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의 잦은 거짓말 때문에 세상의 종말을 깨어 준비하지 못할까 염려스럽습니다. 거짓말에 속아서도 안 되겠지만 깨어 기다리는 일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때’를 위한 준비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기형 시인의 “낙화”의 한 부분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 시의 구절이 떠오른다. 마지막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가 한 번쯤 음미해 봄직한 말이라 여겨진다.

   과연 세상의 마지막 때는 언제 오는 것일까? 이 때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하였다. 성경에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라고 했지만, 아직도 할일 많은 사람들(?)이 이 때를 알아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경의 말씀을 믿지 못해서일까?

   오늘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의 변화를 통하여 그 비유를 깨닫고, 시시각각으로 다가오시는 ‘사람의 아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신다. 그 준비라는 것이 특이할 만한 것은 없다. 그저 나뭇잎이 돋는 사소한 일상을 잘 살피면 그 때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가 않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어느 누가 답답하리만치 느려터진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는 현실. 그냥 시간의 흐름만이 존재하는 그곳에 하느님은 당신의 때를 준비해 놓으신 것이다. 그 때란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잘 굴러가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일상을 하느님께서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함께 동참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지켜만 보는 것에서가 아니라, 뛰어들어 이끌어 가는 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를 위해 작은 나를 보내셨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볼 때 “참 빨리도 자란다.”고 말한다. 낳아 놓으면 어느새 학교엘 들어가고 졸업을 하며 결혼을 한다고 소식을 전한다. 또 군대를 간다고 하던 녀석이 어느새 제대를 하여 나타나기도 한다. 참 빠르다. 그런데 그 빠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내가 빠져있는 동안의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하지만 아이는 그냥 빨리 자라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름 병으로 앓아눕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과의 이별도 경험한다. 그리고 힘겨운 공부도 해야 하고 이성을 향한 가슴앓이도 해야 하며, 실패와 좌절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란 걸 경험한다. 그러나 내가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지 않았다면 그 시간은 없던 것과 같다. 그래서 어느 날 보니까 시집을 가고 장가를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지켜보라’고 하신다. 당신이 만들어 놓으신 모든 것을 ‘바라보라’고 하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을 ‘찾아내라’고 하신다. 마지막 때가 언제인지 계산하려는 사람은 그만큼의 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이웃의 삶에 동참하고 하느님의 일에도 참여하도록 하자. 그러면 하느님이 정해 놓으신 때도 알아가게 될 것이고, 자신이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수원교구 김형중(그레고리오) 신부-

 


대금연주/주 예수와 바꿀수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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