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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6 > 당신의 안테나는… l 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0 조회수941 추천수10 반대(0) 신고

   

          

 

                                        당신의 안테나는…

 

                             

   내가 처음 부임했던 시골 본당은 술 발이 아주 센 곳이었다. 마을 주민 거의가 구교우 들인데도 성당에는 잘 나오지 않으면서 아무데서나 술 마시고 악을 쓰며 다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땐 동네 마이크에 대고 서로 욕설을 퍼붓는 때도 있었다. 참으로 보통일이 아니었다.


   한번은 주일미사 강론 때, 술 마시고 행패부리는  경우를 예로 들면서 믿는 신자들이 제발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그래도 그 마을사람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아예 술로 전 곳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뭔 말이 들리는고 하니, 이번 신부님은 강론 때 술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신부님이 술 마시지 마라!” 해서 겁이 나서 성당에 못나가겠다고 동네에 나팔을 불고 다녔는데, 그는 본래 성당에 나오지도 않는 아주 케케묵은(?) 냉담자였다. 그러나 술에 문제가 없는 다른 분들은 견해가 달랐다. 그들은 오히려 이번 신부님은 강론이 아주 시원하다고 했다.


   어떤 공소에서는 겨울만 되면 천주교 신자들이 노름을 많이 했는데 한번은 그곳 지서장이 본당신부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 공소에서는 화투 좀 치지 말라는 강론을 몇 번 하면서 한 판에 수십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화투는 분명히 죄악이라고 선언을 했다.


   봄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에 이르기 까지 피 땀 흘려 농사를 짓고는 하루 밤 화투판에서 아까운 돈 다 날리게 되니 그런 남편과 함께 사는 부인들과 자녀들은 말도 못하고 아주 죽을상이었으며, 그리고 거기서 또 문제가 겹으로 생기는 가정은 주일에 성당에도 나오지 못하니 본당신부가 쫓아다니며 말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화투는 화투요 강론은 강론’이었다. 화투꾼들에게 전혀 먹혀  들지 않았다. 신자가 교회로부터 잘못을 지적 받으면 뭐 좀 고치는 시늉이라도 해야 되는데 실제는 안 그랬다. 오히려 화투치는 쪽에서는 또 뭐라고 하는고 하니, 이번 신부님은 공소만 오시면 맨 날 화투 말씀만 하신다는 불평만 했다. 그러나 화투에 문제가 없는 자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또 다른 본당에서는 외국신부님이 오랫동안 계셨던 곳이라 교무금이나 주일헌금이 타 본당에 비해 아주 적었다. 그야말로 성당의 덩치는 큰데 속 내용은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봉헌과 감사의 생활에 대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강론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신부님은 허구한 날 강론대에서 돈 말씀만 한다는 반응이 일부에서 나왔다.


   그런데 묘한 것은, 불평을 하는 자들을 보면 거의가 평소에 교무금을 전혀 내지 않거나 또는 낸다 해도 턱없이 적게, 그리고 아주 형식적으로 봉헌하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봉헌을 제대로 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 하나 불평하는 자가 없었고 오히려 교육적인 차원에서 신부님이 자주 강조하시라는 응원을 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고유한 수신 ‘채널’(?)을 가지고 있고 또 자기만의 독특한 안테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들리는 감각과 듣는 판단이 서로 다르게 된다. 특히 자기에서 어떤 콤플렉스가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안테나의 반응이 아주 예민해서 누가 그 내용을 살짝만 건드려도 이내 날카로운 반응이 나오는데, 이때 나타나는 반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게 된다.


   십여 년 전 도시본당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떤 선배 신부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내가 본당 신자들에게 강론을 하면서 신부들 골프 치는 것에 대해 벌써 세 번이나 거론했다는 지적을 하셨다. 내가 별 관심도 없이 말한 탓인지 실은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 갑자기 어리둥절했지만, 사실이 그렇다 해도 그 말이 어떻게 그 신부에게 까지 빠른 속도로 전달이 됐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나의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어떤 내용을 말할 때 자존심이 상하고 무슨 말을 할 때 듣기가 민망스럽고 거북한가? 혹 누가 듣기 거북한 얘기를 내게 말할 때 내 안테나를 조절하는 지혜를 길러야겠다.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소록도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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