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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의 해방 / 헨리 나웬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0 조회수697 추천수5 반대(0) 신고

 

       

 

 

믿음의 공동체

 

이 아이콘에 그려진 열두 제자들은 완전히 조화된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정녕 한 얼로 일치된 한 몸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바라보지도, 서로 말을 하지도, 더불어 일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들은 내재하시는 하느님께 함께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공동선물로 주신 그리고 그들이 공동과업으로 받아들인 그 하느님의 말씀이 그들을 거룩한 공동체 안에 한데 묶고 있다.

 

여기서 교회의 신비가 드러난다. 이 아이콘이 설득력 있게 보여 주는 것은 교회는 다양성 안의 일치라는 것이다.

 

열두 사도 하나하나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기쁜 일이다. 왼편에서 우리는 베드로, 마태오, 루가, 안드레아, 바르톨로메오 그리고 토마를 본다. 오른편에서는 바울로, 요한, 마르꼬, 시몬, 야고보 필립보를 본다.

 

그들은 제각기 자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바울로는 똑바로 앉아있고, 매우 엄격하고 지적으로 보인다. 베드로는 약간 구부리고 있고, 좀 더 듣고 싶어하는 듯 보인다. 요한은 머리를 기울이고 정을 주는가 하면, 마태오와 마르꼬는 팔을 뻗치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오른쪽 구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필립보는 좀 더 격식을 차리지 않은 한담에 선뜻 응할 것처럼 보이고, 왼쪽의 토마는  너무 어려 보여서 도대체 그가 예수님과 체험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는지 의아해하게 만든다.

 

그들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차이를 보게 되지만, 그러나 몇 발자국 물러나서 볼 때마다, 나는 그들의 한 공동체에 속함을, 한 몸을 이루고 있음을 , 한분이신 유일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한데 묶여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세상의 해방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이신 성령께서 만드신 그 믿음의 공동체는 그 구성원만의 안녕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해방을 위해서 형성되었다.

 

이 성령 강림절 장면 하단에 있는 깜깜한 문 안에 서 있는 임금차림의 이 형상은  해방을 필요로 하는 세상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 형상은 성령께서 내려오심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형상이다.

 

처음 이 아이콘을 보았을 때, 나는 어색해 보이는 왕관을 쓰고, 멍청한 얼굴을 하고서 칙칙한 황갈색 옷을 입고 그리고 두 팔을 벌려 그 위에 흰 옷감을 들고서 어리둥절하니  굳은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이 사람을 보고 분심이 들었다.

 

사도들과 복음사가들의 생기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이 사람은 생명력 없는 꼭두각시처럼 보였다. 그리고 완전한 어둠밖에 아무것도 들여다볼 수 없는 이 이상한 타원형의 문은 왜 있는 걸까? 나는 세련되게 그려진 이 성령 강림절 장면이 거기 밑에 있는 이 보기 싫은 "장면" 때문에 망쳐졌다고 느꼈다.

 

나는 이 아이콘에 대한 여러가지 주석을, 특히 파벨 무라토프와 레오니드 우스펜스키와 다니엘 루소의 주석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감상적 욕망은 그 아이콘화가의 의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어두운 문 안에 서 있는 그 뻣뻣한 왕은 거게에 있을 필요가 있다. 성령 강림절은 구원 이야기의 아름다운 끝이 아니라 세상에 나아가 온 세상을 제자로 만들고 그들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그들에게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계명을 지키도록 가르치라는 사명의 시작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생기가 넘치는 믿음의 공동체안에 하나로 묶어 주신 그 똑같은 성령께서 "어둠과 죽음의 그늘" 속에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해방시키라고 그들을 세상에 보내신다.

 

가장 오래된 <성령 강림> 아이콘을 보면, 성령의 소리를 듣고 사방에서 모여 온 군중이 그 아이콘 하단에 그려져 있다. 그러나 후에 아이콘 화가들은 전체 구성의 엄숙한 고요함을 보존하기 위해 그 군중을 하나의 상징으로 대치했다.

 

이 형상은 종종 "우주" 라는 이름을 지녔다. 우울한 노인장인 이 우주는 사도들의 가르침의 빛을 받게 될 어둠 속에 사는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우러러>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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