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오늘 복음묵상]내 혼에 불을 지르는 일을..l 석찬귀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0 조회수779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6년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그가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자, 눈을 떠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하고 말씀하셨다.(루가 18,41-42)

 

Jesus asked him,
“What do you want me to do for you?”
He replied, “Lord, please let me see.”
Jesus told him, “Have sight; your faith has saved you.”

 




예수님께서는 예리코에서 눈먼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


예리코의 소경은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외칩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절박한 외침입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는 그러한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의 믿음을 칭찬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에 자비로 응답하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얻으려면 그러한 믿음과 용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 혼에 불을 지르는 일을.... 


   지난 주간에는 학교 뒷산으로 올라갔더니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뭇잎들이 눈을 감듯이 조용히 지고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겨울을 앞두고 나뭇잎이 시들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때가 되면 제 몸도 시들고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고 말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제 욕심을 버리는 일을 소흘히 하다가는 제 마지막 날에는 제 영혼?갈 곳을 찾지 못해 영영 방황할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리코는 너무 따스해서 옛날부터 휴양도시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쉬는 곳이었고,
거기엔 순례자들의 도움을 구하려는 거지들이 득실거렸다고 합니다.
예수님 일행도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다가 잠시 에리코에 쉬었다가 떠날 무렵,
한 소동이 벌어졌는데, 그것은 맹인이며 거지였던 바르티매오가 예수님을
만나려고 달려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멸시와 학대를 받으며 살아야 했던 바르티매오는
예수께서 소경의 눈을 열어준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그 분의 따스한 손길이 자기에게도 닿게 되기를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의 그 뜨거운 희망이 바로 눈앞에서 이뤄질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니 그가 예수님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건 당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위 사람들은 온갖 장애물을 만들어 방해를 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구애되지 않고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제가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외쳐댔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바르티매오를 자비로운 손길로 잡아주면서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복음은 우리 영혼이 참으로 머물만한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들어있는 눈 먼 아집과 위선, 폐쇄적인 사고방식을
훌훌 태워버리는 일에 마음을 모으라는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울로 사도에 따르면 우리 안에는 두 가지 인간이 있는데,
하나는 겉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속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겉 사람은 우리 안에서 시들어 버리고 없어져 버릴 몸을 말합니다
그러나 속사람은 겉 사람이 사라지고 힘이 없어질수록 더 새로워지면서
힘을 발휘하는 주님의 생명을 말합니다(2 고린 4,7-12)  


   사실 우리 인간은 우리 안에 주님의 생명이 자랄 때만 누구도 줄 수 없고,
무엇도 줄 수 없는 평화와 기쁨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16-18).
 그리스도인은 순간순간마다 자기를 비워내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학생들과 공동기도를 바치려고 하니까 힘들 때가
너무 많고, 새벽에 기상 벨 소리가 들리면 또 죽었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성당에 갈 때마다 저는 또 죽으려 가는구나 싶습니다.
 
   흔히 세상에서는 돈 벌고 돈을 모으기 위해서 움직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돈을 내고 쓰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세상에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정신없이 뛰어다닙니다.
그러나 성당에 오면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시간을 소비합니다.
또 세상에서는 제 잘난 맛에 살고 저마다 자기주장을 하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교회에 나오면 나 죽었다는 맘으로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 안에서 겉 사람이 죽으면 죽을수록 우리 안에서는
예수님의 생명이 쑥쑥 자라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제아무리 주님께 자녀를 바치고 교회에서 많은 일을 한다 해도
우리 안에서 주님의 생명이 자라지 않으면 그것은 겉치장에 불과합니다.
또 우리가 제아무리 선교를 많이 하고 봉사활동을 한다 해도
우리가 하는 일이 주님의 생명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것을 일종의 허영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은 나뭇잎이 지고 있는 이 늦가을에 우리가 정말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어두운 겉치장들을 훌훌 태워 버리는 것이라고 외치는 듯 했습니다. 아멘.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석찬귀 스테파노 신부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