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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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1 조회수796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6년 11월 2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For the Son of Man has come to seek
and to save what was lost.
(Lk 19.10)

 

제1독서 요한묵시록 3,1-6.14-22

 

복음 루카 19,1-10

 

어제 낮에는 갑곶성지에서 제 동창 신부 모임이 있었습니다. 유학 갔다가 잠시 한국에 일 때문에 들어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환송식 겸 해서 갑곶성지에서 모였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밖에서 한 뒤에 가볍게 차 한 잔 하자고 제 사제관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들…….

“여기는 언제 봐도 지저분해…….”

뭐 한 두 번 듣는 것도 아니니까 이제는 이런 말에 주눅 들지도 않습니다. 사실 저도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를 좋아하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지저분한 방에서 동창들은 편하게 술도 한 잔 더하고, 차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우리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동창들을 배웅하고 나서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이건 완전히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과자 봉지와 부스러기, 과일껍질, 더군다나 무엇을 쏟았는지 방바닥은 끈적끈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좁은 방을 가득 매운 쾌쾌한 담배 연기. 앞이 캄캄하더군요. 가뜩이나 술을 한 잔 해서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거든요. ‘이걸 다 언제 치우나?’라는 생각과 함께 동창모임을 갑곶성지에서 하겠다고 한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문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창문을 활짝 열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대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하지도 않았던 대청소를 한 뒤, 깨끗한 방에 앉아있는 그 기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맞아요. 동창신부는 저를 힘들게 하는 하나의 고통과 시련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에게 기쁨과 상쾌함을 가져다주는 축복의 대상이었던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자캐오를 보세요. 그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로마의 앞잡이인 세관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돈 많은 부자여도 예수님을 뵐 수가 없었지요. 키가 작어서 사람들을 뚫고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사람들은 로마의 앞잡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내어 주지 않았거든요.

세관장이라는 자리, 키가 작다는 것. 예수님을 볼 수 없는 분명한 시련이며 고통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고통과 시련이 오히려 예수님과 직접 대화하고 결국 구원을 받게 되는 하나의 축복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고통과 시련. 바로 나를 지켜주고 나를 변화시켜주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나의 구원을 위한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자캐오가 키 작다고 포기하지 않았듯이, 또한 사람들이 자기 앞을 가로 막는다고 포기하지 않았듯이, 우리 역시 어떠한 시련과 고통에도 포기하지 않는 굳건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바로 그때 자캐오가 주님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듯이, 우리 역시 구원을 보장받을 것입니다.

자신의 단점을 고통과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맙시다.



포기란 없다('좋은 글' 중에서)



명조 말, 역사학자인 담천은 20여 년 간 혼신의 힘을 다해 쓴 명조의 역사서 <국각>이 완성되자 책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내가 해냈어. 명나라의 역사를 후세에 전할 수 있게 된 거야."

오랜 세월 기울인 노력이 크나큰 결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자 지난 세월 겪었던 수많은 고초가 한꺼번에 떠오르며 그를 감회에 젖게 했다.

그러나 며칠 뒤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담천의 살림이 워낙 궁핍해 변변한 물건이 없자 대나무 상자에 고이 담아 둔 <국각>을 값진 물건이라 생각해 가져가 버렸다. 60세 백발의 담천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20년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려 너무나 허탈했지만, 그는 곧 훌훌 털고 일어섰다.

"그래.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지. 다시 시작하는 거야. 나에게는 역사를 전해야 할 사명이 있어."

담천은 그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투자해 보다 새로워진 <국각>을 완성했다. 새로 집필한 <국각>은 총 104권에 500만자가 자가 넘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내용도 전에 쓴 <국각>보다 현실적이며 생동감이 넘쳤다.

그가 만일 그 일로 좌절해 책을 만드는 일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역사서 <국각>을 영원히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Zacchaeus, come down quickly,
for today I must stay at your house.”
(Lk 19.5)

 

 

The Destiny

 Larmes de la Lune(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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