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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2일 야곱의 우물 - 루카 19, 11-28 묵상/ 땅에 묻어버린 은총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2 조회수717 추천수3 반대(0) 신고

땅에 묻어버린 은총

그때에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 하나를 덧붙여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신데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 나타나는 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어떤 귀족이 왕권을 받아 오려고 먼 고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열 미나를 나누어주며,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하고 그들에게 일렀다.

 

그런데 그 나라 백성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사절을 뒤따라 보내어, ‘저희는 이 사람이 저희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는 왕권을 받고 돌아와 자기가 돈을 준 종들이 벌이를 얼마나 하였는지 알아볼 생각으로 그들을 불러오라고 분부하였다.

 

첫째 종이 들어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그다음에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에게도 일렀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그런데 다른 종은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내가 냉혹한 사람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어찌하여 내 돈을 은행에 넣지 않았더냐?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되찾았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일렀다.

 

‘저자에게서 그 한 미나를 빼앗아 열 미나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그러자 그들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이는 열 미나나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저희들의 임금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그 원수들을 이리 끌어다가 내 앞에서 처형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어가셨다.
(루카 19,11-­28)

◆신학교 시절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겸손한 듯 보이는 데 비해서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왠지 쑥스러웠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잘난 체하는 것을 꺼려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깊이 묵상하다 보니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평상시 제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삶에 만족하지 못하니 기쁠 일이 없고, 당연히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도 못했으며, 이러한 삶의 태도는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많은 좋은 것들을 알아보지도 활용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주 하느님께 새로운 은총을 청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하느님께 청원을 드리는 것은 믿음의 표현이요, 소중한 기도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은총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셨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주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비록 우리가 일상 속에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해도 말입니다.

 

‘미나의 비유’에서 예수님의 초점은 불어난 ‘미나의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성실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에게 양은 달라도 하느님의 뜻에 맞게끔 쓸 수 있는 충분한 은총을 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용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종처럼 은총을 땅속에 묻어두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화 신부(의정부교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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