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2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I tell you, to everyone who has, more will be given, but from the one who has not, even what he has will be taken away. (Lk. 19.26)
제1독서 요한묵시록 4,1-11
복음 루카 19,11-28
어제 저녁, 제가 아는 분들과 함께 인천에 있는 어떤 경양식집에 갔습니다.
“경양식집? 신부님, 촌스럽게 경양식집이 뭐에요? 레스토랑이라고 해야지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가서 상호 명을 보면 분명히 ‘** 경양식’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집을 가시는 분들은 실망합니다. 시장 한가운데 있으며, 더군다나 그 집이 마치 동네 중국집을 연상시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더 가관이지요. 조용한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멋진 탁자와 편안한 의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동네 중국집과 같은 볼품없는 의자가 손님을 반기고 있지요. 멋진 제복을 입은 웨이터도 구경할 수 없지요. 대신 동네 아주머니 같은 분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십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다른 레스토랑과 달리 소주를 진열해 놓고 자신 있게 팔고 있답니다.
어때요? 이런 곳 보셨습니까? 그리고 이런 곳을 여러분들은 가시겠습니까? 연인들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러 이곳에 가겠어요?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뜻밖에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오래된 집입니다.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경양식집으로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맛있기 때문에 아무리 인테리어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집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같은 계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 비해서 부족한 것이 너무나도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되는 이유는 부족한 것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내세우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렇게 이 가게가 부족함보다는 잘하는 것을 내세우는 것처럼, 우리 역시 나의 부족함보다는 나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이 새벽에 해 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비유 말씀을 통해서 주님께서 우리들을 얼마나 똑같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귀족이 종 열 사람을 불러서 한 미나씩 나눠주면서 말합니다.
“내가 올 때까지 벌이를 하여라.”
그 귀족이 돌아온 뒤, 한 미나를 투자해서 열 배, 또는 다섯 배로 불린 사람을 칭찬하지요. 하지만 그 주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냥 자기 자신을 합리화시키면서 한 미나 그대로 가지고 있는 종에게는 꾸짖으면서 그 ‘한 미나’ 마저 빼앗아서 열 미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줘 버립니다.
이 이야기를 언뜻 보면, 예수님께서 어떤 투자가나 부자 재벌을 칭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칭찬하는 주님일 리가 없지요. 그보다는 주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똑같은 능력을 주셨으니 그것을 이용해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과연 내가 받은 그 능력을 잘 활용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나의 단점만을 바라보면서 “주님께서는 왜 저를 이렇게 부족하게 만드셨습니까?”하면서 주님으로 받은 사명을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부족함, 단점만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의 장점을 찾아보세요. 한 미나를 열 미나로 만들 나의 능력이 분명히 내 안에 있습니다.
나의 부족함보다는 장점을 찾아보세요.
손·발가락 19개 잃었지만 살아있어 행복('좋은 글' 중에서)
겨울 히말라야의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진 틈)에 빠져 선배의 자일에 매달려 목숨을 구했던 산사나이. 기적적으로 생환한 대가로 손가락 9개와 발가락 10개를 잃어 2급 장애인이 된 대학생. 작년 1월 히말라야의'촐라체봉'에서 기적의 생환기를 쓴 최강식(26·경상대 체육교육과 4)씨가 두 번째 인생 등정(登頂)에 성공했다. 최씨는 지난 16일 치러진 총학생회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무려 2200여 표차로 제치고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
최씨는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인도 가르왈히말 탐사대원으로 활동,지리산 등산학교 강사를 하며 산악인의 꿈을 키워왔다. 그의 인생은 2005년 1월 바뀌었다. 선배 산악인 박정헌(35)씨와 함께 히말라야 촐라체(해발 6440m) 북벽을 정복하고 하산하던 중 발을 헛디뎌 크레바스에 빠졌고 20m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자일로 그와 연결돼 있던 박씨도 낭떠러지까지 끌려갔고,온몸을 조여 오는 자일에 박씨는 갈비뼈가 부러졌으나,끝까지 자일을 놓지 않았고 둘은 1시간 동안 사투를 벌여,5시간만에 아무도 없는 산속 오두막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흘간 강추위를 참아내며 버티다 현지인들에게 발견돼 극적으로 구조됐다. 치명적인 동상으로 최씨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빼곤 19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었고, 박씨는 10개의 발가락과 8개의 손가락을 잃었다.
산에 미친 산악인에게 바위를 움켜잡는 손마디는 얼마나 중요한가. 그 손마디를 잃고, 발가락을 잃어 걷는 게 힘든 데 그는 “사고 이후에 인생이 해피하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죽지 않고 살았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에 재밌게 산다고 한다. 다만 축구 못하고, 배구 못하는 게 좀 불편할 뿐.. 호리병 같은 크레바스에 빠져 올려다본 하늘은 그의 인생관도 바꿔 놓았다.
'하루를 충실하게 살자.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까.'
한 손가락의 사나이는 남은 왼손 엄지에 감사한다. 문자도 보내고 젓가락질도, 독수리 타자도 칠수 있다.특히 소주잔도 들 수 있어 사람들과 술 한잔 하는 것도 문제 없다고 밝게 말한다.
그의 총학생회장 선거는 쉽지 않았다.'발가락이 없어 많이 걷지를 못하니까 하루에 수십 곳의 강의실을 돌고 나면 녹초가 됐지요.' '몸도 성치 않은 놈이 뭐하러 그런 일 하려고 하느냐'는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그래도 할랍니다'라고 고집을 부려 설득했다. 쾌활한 음성 뒤에 문득 깊은 슬픔이 배어있지 않나 의심하는 기자에게 그가 한마디 더 했다.
“산악인 꿈은 포기했지만, 장애인 산악인은 남아있지 않습니까. 인생에 끝은 없습니다!”
Well done, good servant! You have been faithful in this very small matter; take charge of ten cities.’ (Lk .19,17)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김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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