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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대이자 일터인 세상 ----- 2006.11.22 수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2 조회수561 추천수8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6.11.22 수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요한 묵4,1-11 루카19,11-28

                                                      

 

 

 

 

제대이자 일터인 세상

 

 



어제 어느 모르는 분이 선물로 사과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마침 박스에 붙어있는 봉투가 있어 열어보니 고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고요.... 그리고 평안을 주는 곳.
  가도 가도 늘 그리운 곳.
  작지만 가을 향기 그득한 사과향이
  작은 즐거움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수사님 모두들 행복하세요.”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수도원입니다.

마치 산으로 에워싸인 수도원이 마치 제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 태양 떠오를 때 써 놓은,

“온 세상 제대로 삼아” 란 글이 생각납니다.

 

 

온 세상 제대(祭臺)로 삼아


임께서도
아침마다 미사를 드리신다.

산(山) 가슴
활짝 열고
온 세상 제대(祭臺)로 삼아
모든 피조물 품에 안고
미사를 드리신다.

하늘 높이
들어 올리신
찬란한 태양 성체(聖體)!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되도다.”

가슴마다
태양 성체 모시고
태양 성체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그렇습니다.
온 세상이 제대이자 일터입니다.

세상의 중심과 같은 성전에서 매일 거행되는 거룩한 미사와 기도가

세상을 성화하면서 온 세상을 제대로, 성전으로 변화시켜 갑니다.


이래서 기도와 일의 순서입니다.


기도가 일을, 세상을 성화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전에서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성체성사와 성무일도가

이미 이 세상에서 천국을, 영원한 기쁨을, 참 행복을 체험하게 합니다.


오늘 1독서의 요한 묵시록에서

하느님 옥좌를 중심으로 서 있는 네 생물과 네 원로들,

바로 여기 성당 내 구조와 흡사합니다.

 

네 생물과 원로들 살아생전 충실했던 신자들을 상징합니다.

 

우리 역시 미사나 기도 때 마다,

하느님 옥좌를 상징하는 제대를 중심으로

형제들이 함께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이들이 바쳤던 대로,

어좌에 앉아 계시며 영원토록 살아 계신 그분께

영광과 영예와 감사를 드리며 경배하지 않습니까?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


“주님,

  저희의 하느님,

  주님은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받기에 합당한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주님의 뜻에 따라 만물이 생겨나고 창조되었습니다.”


이래서 성서와 전례는 쌍둥이입니다.

 
살아있는 전례가 우리의 믿음을 활성화하고 성서의 진리를 실감하게 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우리 삶의 중심이 하느님이심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성전에서의 전례이며,

우리의 본향은 여기가 아니라 하늘나라임을 일깨우면서

끊임없이 세상을 하느님의 거룩한 제대이자 일터로 성화시키는 전례입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 네 생물은 저마다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는데,

사방으로  또 안으로 눈이 가득 달려 있었습니다.” 라는 대목입니다.

 

바로 활짝 깨어있는 영육으로 하느님을 관상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해야 하는 전례시간임을 암시합니다.


영성생활의 핵심은 하느님 기억입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이 끊임없는 기도가  우리를 늘 하느님의 현존 의식 속에 살게 합니다.

이래야 하느님 주신 은총의 선물 낭비하거나 탕진하지 않습니다.

 

내 주어진 일터에서 내 맡겨진 사명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은총에는 요구가 따르며, 선물에는 과제가 따릅니다.


누구나 똑 같이 주어진 한 생애, 하루 스물 네 시간입니다.


하루가 모여 평생입니다.

하루 스물 네 시간 똑같이 선물로 받았지만

활용의 결과는 각자 능력 따라 다를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성과의 양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질의 문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인 첫째 종은

자기 받은 능력에 따라 최선을 다했기에 주인으로부터 칭찬을 듣습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이어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벌어들인 종도 똑같이 칭찬을 들었지만,

소심하고 의심 많아 한 미나 그대로 바친 다른 종은 혹독한 질책을 받았습니다.

 

쓸데없는 비교로 인해 위축되거나,

허욕으로 인해 제 분수를 잊고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얼마나 많은지요.

 

영성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입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 마저 빼앗길 것이다.”


주어진 일에 제 능력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할 때,

더불어 불어나는 자신감에 감사의 마음이요,

하느님 향해 깊어지는 믿음, 희망, 사랑에 풍요로운 영적 삶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하느님의 제대이자 일터요,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제들이자 일꾼들입니다.

 

거룩한 성전에서

매일 끊임없이 ‘하느님의 일’인 성체성사와 성무일도에 충실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일터에서 하느님의 착한 일꾼들 되어 성실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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