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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3 조회수96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참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루카 19, 41-44)


  어느 신심 깊은 노 화가가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중 성화 몇 작품도 걸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 장면입니다. 화폭은 평화스러웠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감상하고 있었지만 그 화가가 말하는 메시지를 알려하기 보다는 색감과 터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거친듯하면서도 생략된 배경구도는 예수님의 얼굴을 평화롭게 나타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손에는 안타까움이 배어나왔습니다.

  평론가들이 절묘한 빛의 흐름이라며 입에 침을 튀겨가며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수가 실려 있다며 극찬합니다. 그런 칭찬을 듣는 화가는 기쁘지만은 않은 듯 입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몇 칠 후  전시회를 마칠 때가 가까워 오자 그림 구입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특히 그 작품에 대한 문의가 많았으나 화가는 ‘개인소장용’이라는 딱지만 붙여 놓았습니다.


 전시회 마지막 날 그 성화를 한참 지켜보던 어느 어린아이가 자기 아빠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 소매를 당깁니다. 그러자 아이 아빠는 왜 그러냐며 아이 얼굴을 쳐다봅니다. 아이가 아빠 귀에다 할 말이 있다는 표시를 하니 그 아빠는 친절히 허리를 숙여 귀를 빌려 줍니다.

 “아빠! 그런데 예수님께서 어떻게 이 문을 열고 들어가셔? 문에 손잡이도 없이 열쇠 구멍만 있는데.......”

 “글쎄다. 정말 그러네!”


 이 모습을 바라다보고 있던 그 화가는 슬며시 다가와 ‘팔렸음’이란 쪽지를 그 그림에 붙이고 나서,  그 부자에게 그림 증정권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안다는 것은 나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받아드렸는지 또 그 메시지에 응답을 제대로 밝혔는지에 달렸습니다. 그 전엔 알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교류가 일어났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림에 대해 잘 안다고 여겼던 수많은 평론가들과 관객들은 실상 그 노 화가의 깊은 신앙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 화가가 여태껏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그래도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괴로워했던 것은 자신을 완전히 열어젖히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 점을 가슴아파하며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한 발은 여전히 인간적 갈망에 내 딛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모든 것을 버렸지만 사회적 존경을 바라는 마음마저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자존심이 아니냐? 그것 때문에 인간사회가 제대로 유지되는 것 아니냐? 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따르려하는 자는 그것마저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든 직함을 다 내려놓고 이제 죽음이 가까워 질 나이가 되자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화가로 주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자부심마저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필생의 역작을 남기려 했던 노력도 주님 말씀에 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참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몰랐던 예루살렘”을 안타까워하십니다.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제대로 아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실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 주님을 알아 뵙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만든 죄로 그들은 평화를 잃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참 평화는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가운데 다가옵니다. 그것을 고백하는 자만 하느님께서 내 곁에 찾아오신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올 예수님,

   당신의 향기를 온 누리에 퍼지게 하도록

   나를 도우소서.

   나의 영혼이

   당신의 영과 생명으로 넘쳐흐르게 하소서.

   나의 전존재를

   완전히 꿰뚫고 사로잡아

   나의 모든 삶이 다만

   당신을 밝히는 빛이 되게 하소서.

   나를 통하여 비추시고

   내 안에서 비추시어

   내가 만나게 되는 모든 영혼이

   당신의 현존을

   내 영혼 안에서 느끼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들이 더 이상

   나를 쳐다보고

   바라보지 않게 하소서.

                        -J. 리딕

 

 

 

우리는 당신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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