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한 해에 예닐곱 개의 크고 작은 성전을 신축하고 있습니다. 성전 신축을 하려면 예산문제·설계·건축 등 많은 것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담당 신부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가장 필요한 것은 신자들의 신앙과 일치입니다. 곧 건물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을 사용할 교우들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몇몇 본당에서는 성전을 지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갈라져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건물에 마음을 빼앗겨 무엇이 더 중요한지 잊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름다운 건물은 훌륭한 건축사와 시공사가 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건물을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성전으로 만드는 것은 신앙인들의 몫입니다. 명동성당에서 예비신자들을 담당할 때의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명동성당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분들께 이 성전이 아름다운 진정한 이유는 100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만나 기도하고 위로받고 회심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시면서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하십니다. 곧 성전의 본래 목적을 상기시키면서 성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예수님의 ‘성전 정화’는 건물의 정화가 아닌 ‘신앙인의 정화’인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떻습니까?
우리도 예수님의 기준에 맞추어 정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이재화 신부(의정부교구 기획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