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48 > 인생은 노동이 아니다 ㅣ 강길웅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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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1-24 | 조회수922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인생은 노동이 아니다 병자년의 새해가 밝게 펼쳐지고 있다. 태양이야 수십 억 년을 두고 그렇게 뜨고 지고 있고 지구 역시 또 그렇게 돌고 도는 순환의 반복이지만 그래도 새해의 의미는 매년 남다른 것이다. 왜냐 하면 시작과 끝(인생도 포함)은 우리가 맘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는 축복으로 열렸다. 그러나 새해를 축복으로 받아 들이는 자에게만 축복일 뿐이지 축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에게는 결코 축복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축복의 눈을 떠야 한다. 인생은 정녕 노동이 아니다. 고역도 아니다. 사는 것이 좀 고생스럽다 해서 인생이 또 짐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인생은 허무인데, 그럴 수는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물론 힘든 것이 사실이요 때로는 걸어 갈 길이 고달프기는 하지만 그러나 인생은 누가 뭐라 해도 축복인 것이다. 오히려 그 힘든 일 때문에 더 보람있고 값진 인생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를 위해 직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이 노동이 아니며 병든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낸다 해서 고역도 아니다. 노동이면서 그 노동을 뛰어넘는 축복이며 고역이면서 그 고역을 초월하는 은혜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를 위해서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이 노동이 아니며 가난한 월급봉투를 쪼개어 살림하고 적금 붓는 것이 노동이 아니다. 때로는 노동이면서 노동을 뛰어 넘는 축복이며, 그리고 고생이면서 고생을 초월하는 은혜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이 결코 노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우리 앞에 장엄하게 펼쳐진 365일의 이 은혜로운 시간을 축복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세상이 바로 천국이지만 은혜로 받아들여야 못하면 세상은 그만 지옥이 된다. 서울 강서구 신월3동에 가면 SOS 마을이 있다(순천과 대구에도 있다). 일종의 고아원인데 처녀엄마에게 자녀들을 떼어주어 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 그런 형태의 마을이다. 아이들은 대개 버려진 아이들이요 상처 받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제 부모는 그들을 버렸지만, 처녀엄마들은 그들을 위해 평생엄마로서 봉사를 한다. 말이 엄마지, 독신녀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신부나 수녀 노릇을 하라면 차라리 쉬울 것이리라. 그래도 그 엄마들은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그 고달픈 길을 행복하게 걸어가고 있다. 실제로 그 엄마들과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그곳이 바로 작은 천국임을 알게 된다. 한번은 열두 명의 자녀를 둔 엄마에게 어떻게 자기 자식도 아닌 남의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키울 수 있느냐고 하니까 그 자매가 대답하기를, 자기는 그래도 많은 줄 모른다고 하면서 소박하게 웃었다. 세상의 엄마들은 셋도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많은 아이들을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키울 수 있을까? 세상이 곧 축복이요 인생이 또 은혜이기 때문이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의 인사말은 흔히 부귀와 장수를 말하지만, 그러나 그 복이란 세월이 지나면 금방 사라 질 허무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복은 비바람이 불어도 날아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보물을 말하는데 그것은, 세상을 축복으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을 말한다. 인생은 결코 노동이 아니다. 다만 축복은 중노동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멋지고 아름답게 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새해를 활짝 열어 주신 하느님께 대한 참된 보답이 된다. -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중에서/강길웅 요한 신부 (소록도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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