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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리를 외면한 어리석음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6 조회수708 추천수5 반대(0) 신고

 

<진리를 외면한 어리석음>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요한 18,33-37)


  요한 복음서를 읽다보면 현대 연극 대본을 읽고 있는 듯 한 생각이 듭니다. 연극은 두 대조되는 인물들이 나서서 각자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줄거리를 이끌어 갑니다. 특히 심리극은 더 첨예하게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과 상징으로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를 표현합니다.

  요한 복음서 18장 28절부터 19장16절까지 빌라도에 의한 로마 법정 소송 장면은 더욱 선명하게 대조되는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진리로 표현되는 예수님과 지상의 왕권을 상징하는 빌라도가 첨예한 대조를 이루며 표현 됩니다. 우선 예수님께서는 한 자리를 지키고 서계시는 분으로 묘사되며, 빌라도는 풀방구리 곳간 드나들듯 총독 관저 안팎을 일곱 차례나 분주히 들락날락 합니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진리를 지척에 두고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대목은 빌라도의 질문과 대답, 예수님의 질문과 대답이 네 차례나 오고갑니다. 그 사이에 서로 엇갈리는 말이 오고 갑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노골적으로 비꼬듯이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하고 묻습니다. 당신 꼬락서니를 보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네 확고한 의견이 무엇이냐고 되묻습니다. 우유부단하게 처신하지 말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라는 말씀입니다. 빌라도는 여전히 꼬리를 감춥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신원을 이 이방인 빌라도에게 자세하게 일러주십니다. 아직 예수님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으니 이 기회에 잘 알아 들르라는 말씀입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이 세상과는 다른 나라가 염연히 존재한다. 그러니 눈을 더 크게 뜨고 그 나라를 알아보려고 해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빌라도는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요?” 하고 서둘러 말머리를 돌립니다. 예수님께서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라고 알쏭달쏭한 대답을 하십니다. 이 말의 뜻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왕권의 의미와 내가 말하는 왕권은 서로 다르다. 나의 왕국은 진리를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그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이 세상에 왔다. 예수님께서 갖으신 왕권은 하느님에게서 직접 받으신 것이다. 그 나라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하느님의 진리를 받아들임으로써 실현되는 것이다.

  이에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오?”하고 묻고 바로 그 대답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밖으로 다시 나가버립니다.

  그는 자신이 진리를 다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한 것입니다. 왕국의 통치는 내가 통치하듯 하는 것이지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알기는 뭘 알아? 하는 투입니다.


  빌라도는 진리 자체이신 예수님을 바로 곁에 두고도 그 진리를 알아보거니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리석은 행동이 진리를 이 땅에서 물리쳐 죽음으로 내몬 것입니다. 그 죄는 전혀 가볍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그의 어리석음을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 진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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