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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27 조회수664 추천수2 반대(0) 신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가 21 5-11)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 질 때가 올 것이다."

 

오늘 복음은 이 세상이 끝날 때 어떻게 될 것인가를 미리 알려 주는 말씀이다.

이 세상도 언젠가는 끝나는 날이 올 것이고 인간도 누구나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죽음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지에 대해서 늘 관심을 갖고 살아간다. 언젠가는 반드시 올 세상 끝 날은 그리고 나의 죽음은 불행한 일이거나 슬픈 일이 아니라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뿐이다.

 

즉 그 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안개 속에 쌓였던 신비스런 세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 뿐이다. 따라서 세상 종말이 온다는 것은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기쁨일 수도 있고 완성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치열한 경선 끝에 마침내 단일화를 이루워져서 그 동안 말도 많고 문제도 많았던 일들이 하나로 정리되고 일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듯이 나의 죽음은 그리고 세상 종말은 굳이 불행한 일이거나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마침내 우리가 바라던 때가 되어 모든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단일화가 두 사람 중에 하나가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다 알고 있었듯이 나의 죽음 후에 올 세계가 그리고 세상 종말에 일어날 일들이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이 누누히 말씀하셨던 것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종말에 가서 일어날 일들은 지금 현재 나의 삶과 무관한 전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의 현재의 삶의 결산이 종합적인 평가가 될 것이다. 즉 지금 내가 예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열심히 살았으면 상을 받을 것이고 아무리 예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살았다면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반드시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 세상이 올 것이다. 아니 우리는 매일 낡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날을 맞이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는 것이며 하루 하루 지나가듯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다 완성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시간을  물을 흘러보내지 않고 고여있게 하면 반드시 썩듯이 매순간 영원을 향해 흘러가는 현재의 시간을 흘러가는 리듬에 따라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변화되지 않고 마치 영원히 살 것 같이 현재의 것들에 집착되어 있다면 새로워지지 않고 마침내 썩을 것이다. 따라서 루가는 종말과 현재의 삶이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계획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역사 속에서 실현시키신다. 즉 죽음과 부활이라는 서로 대립되는 삶을 통해서 구원 계획을 보여주시고 실현시키신다. 예수님은 부활하시기 위해서 먼저 죽으셨다. 즉 이 세상을 그리고 나의 죽음을 심판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세상 종말이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라고 묻는 질문에 "너희는 잘못 이끌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하고 말 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겁내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바로 끝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세상 종말에 가서 갑자기 나타나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 오셨고 그분의 심판은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이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셨듯이 우리가 나와 이웃의 구원을 위해 죽지 않으면 세상 종말에 영광스럽게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를 심판하는 것은 십자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오로는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해서 당신의 몸을 내어 주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2,19-20)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의 삶에서 십자가의 죽음을 살도록 불리움을 받은 이들이고 그것을 증명하도록 불리움을 받은 사람들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라고 말씀하셨듯이 세상 끝 날에 그리고 나의 죽음에서 영광스럽게 부활하려면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의 삶은 오늘 내가 걸어가야 할 삶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의 삶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온갖 사치와 화려함으로 자기 자신을 꾸미며 사는 삶이 아니라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으나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지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어제 복음에서 이야기한 부자들 즉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원로들이라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의 생명까지 다 바친 예수님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다 주님께 예물로 다 바친 가난한 과부이다. 그래서 가난한 과부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델이라고 말한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이 세상도 인간의 운명도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또한 이 세상의 惡도 善도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 모든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 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심판할 것이다. 즉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진 낡은 성전은 예수님의 몸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끝나듯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즉 예수님의 몸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파괴되듯이 그렇게 피괴 될 것이다. 새로운 성전은 물질적인 것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루가 20,17)라고 말씀하셨던 십자가 위에 세워진 성전만이 남아 있을 것이며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상 제물에 또는 자기 자신 위에 성전을 짓는 사람들이 아니라 모퉁이 돌 즉 십자가 위에 성전을 짓는 사람들이다. 십자가 위에 성전을 짓는 사람은 세상 종말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에 대해서 굳이 궁금해할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이미 승리가 보장된 삶을 살고 있고 또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된 하늘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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