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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에게 의미있는 남자 . . . . . . .[유토마스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1-30 조회수1,012 추천수13 반대(0) 신고

 

 

 

 

 

 

얼마 전,

밤 늦은 시각에 사제관 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 나가보았더니,

어떤 낯선 중년 신사가 술해 취해 비틀거리면서

보좌신부를 만나게 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제가 보좌신부입니다만, 무슨 일로 절 찾아 오셨는지요?"

 

나의 물음에는 대꾸도 없이

자기는 구교 신자이며 아무개 신부가 찾아가 보라고 해서 왔으니

사제관에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며 자꾸 방으로 들어오려고만 했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은 다음,

그 사람은 [냉정하고 도도한 신부]라는 차거운 말을 남기고

올때와는 달리 조용히 가버렸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연락을 주시고 낮시간에 다시 찾아와 달라는

내 말이 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모양이다.

 

잠결에 나가 졸지에 [냉정하고 도도한 신부]라는 꼬리표를 달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구겨진 휴지조각처럼 되어버린 기분을 조금이라도 펴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날밤을 새고야 말았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에 또 일이 터졌다.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들려오는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여서

식사를 하다말고 나가보니 또 그 사람이다.

 

'신부님 식사중이시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가

그 사람에게는 쌀쌀맞게 느껴졌고

[그 신부에 그 사람]으로 보였나 보았다.

 

여전히 술냄새가 풍기는 그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문간에 서서

왜 이렇게 소란을 피우느냐고 나도 언성을 높여서 대꾸를 하니

 

"신부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워 어떡하냐?"

 

핀잔 반, 불만 반 뒤섞인 혀 꼬부라진 소리만 늘어 놓는다.

그리고는 5분만 시간을 내 달란다.

그러면서 외상으로 사왔다면서 오렌지 쥬스를 한 병 건네는 것이다.

 

약속된 일이 있어 나도 불쑥 찾아온 이 사람과 긴 시간 대화할 처지가

아니었지만,

지난 밤 그냥 돌려 보낸 미안한 마음도 없잖아 성당 마당에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 사람의 말은,

옛날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신부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단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되어도 미리 약속을 안했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는 신세라면서...

교회가 돈있고 힘있는 자들만의 집단처럼 변해 가는 모습이

가슴 아프단다.

 

늦은 밤이거나 식사 중일지라도 그런 사람들이 찾아왔다면

아마 자기처럼 문전박대는 하지 않았을 것이란다.

 

그러면서 교회의 주인이 누구냐? 며 울부짖는다!

 

그 때, 마침 연락을 받고 뛰어온 몇몇 교우들이 나타나 말리는 바람에

대화는 끊어졌지만 그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셈이고,

나는 그 말의 충격으로 인하여 한동안 말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 사람이 술을 먹고 연락도 없이 찾아와 야단법석을 부리며

[니가 신부면 다냐?  건방진 자식!]

하며 욕을 퍼부은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의 본 마음과 말의 내용은..

표현이 거칠고, 교양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박하기에는

나의 반론이 설득력을 갖기에 부족했다.

 

그것은 한편으로 터무니없는 나 자신의 변명이었으며

하찮은 자존심 [신부임네!]하며 목에 힘을 준 나 자신의 겸손치 못한

부덕의 소치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사제는 천국이든 지옥이든 혼자 가지 않는다.

 자기 성소(聖召)에 충실하면,

 선한 모범으로 구원한 많은 영혼들과 더불어 천국으로 가고,

 못된 짓을 하여 신자들에게 악한 표양을 주면 자기의 나쁜 표양으로

 말미암아 단죄받은 영혼들을 데리고 지옥으로 간다]

 

이 글은 돈 보스꼬 성인이 자기 생각과 결심 등을 적은 비망록에 나오는

글 중의 한토막이다.

비록 한토막의 글이지만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을 생각할 때,

나의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성찰의 글귀로써 더없이 좋은 묵상 자료이다.

 

새 신부니까...

젊으니까...

이야기가 통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찾아온 사람에게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마음에 상처를 주고 냉담자를 만들지 않았나?

 

사제가 된 나의 본분이 양 떼를 찾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 온 양마저 문전박대를 했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아직 사목경험이 부족하니까 겪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한 때나마 나의 본분을 잊고 경솔하게 처신하여

냉정하고 도도하게 비쳐진 나의 모습을 쇄신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아버지께서 내게 맡겨 주신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요한 10,29)는

착한 목자 예수님의 말씀과,

 

[나는 존경을 사기 위해 사제가 된 것이 아니다.

돈을 벌거나 안락과 명성과 쾌락 때문도 아니다.

그랬다가는 나는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라고 하신 

 

교황 요한 23세의 말씀을 명심하며 냉정하고 도도하지 않은

온유하고 겸손한 사제로서 살겠다.

 

어느 사제의 고백처럼,

우리는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그리스도를 전해 주고 있다.

말만이 아닌 자신의 현존으로서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바

 

사제의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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