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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옮겨온 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1 조회수694 추천수5 반대(0) 신고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루카21,29-3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성당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도 하고, 많은 사람을 참 좋아하였습니다. 그중에서 내가 참으로 좋아한 선배님이 있었는데 그는 고등학교 때 얼마나 수학을 잘하였는지 수학선생님이 손을 들 지경이었습니다. 나중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방사선과의 가장 권위자가 되었고, 대학의 교수로서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암이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수없이 치료해주는 명의가 되었습니다. 그의 천성은 밝고 명랑하고 활달해서 모든 사람들은 그 분과 아주 쉽게 친해졌고, 교수나 의학박사의 권위를 버리고 천진스럽고 재미있게 사신 분입니다.

 

  그는 꾸르실료 봉사임원으로, 평신도사도직 협의회 일로 모든 사람들에게 봉사하기를 좋아하신 분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돕다가 그만 큰 타격을 받기도 하였지만 모든 것을 잊고 부지런히 일하였는데 그가 갑자기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는 것입니다. 대학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그의 영정 앞에서 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하고 울면서 얼마나 욕을 하였는지 모릅니다. “바보 같은 사람, 수많은 사람들의 폐암을 진단하고 진찰해 주더니 자신의 폐암이 깊은 줄도 모르고 그렇게 갑자기 죽으면서 무슨 명의냐?”고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는 나를 보고 언제나 이러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곧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혈압도 높고 심장도 좋지 않고, 그리고 감정도 격해서 갑자기 발병하면 죽을 위험이 있다고, 섭섭한 것도 풀어버리고, 몸에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따뜻하게 충고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으로 자신의 증상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증상에만 신경을 썼던 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욕을 먹어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나를 보고 죽음을 예측한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욕을 해도 가슴이 시원치 않고 아픈 것은 그분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누구든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뻔히 알면서도 언제, 어디서 죽을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 있겠습니까? 그것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설령 예측해서 경고를 받았다고 하여도 그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증상을 보고 정확히 예측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매일 증상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예측을 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 인생이 답답하고 마음 아플 뿐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고 주님이 말씀하시는데 감도 잡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우리들에게 주시는 증상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증상들을 무시하고 살아가기에 급급하고 그런 증상들을 일부러 회피하거나 도외시하면서 하찮은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인생사 모든 것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오히려 사소한 것을 가지고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충고합니다. 옛날 북방 요새가 가까운 곳에 한 영감이 살았는데 그는 점을 잘 쳤다고 하는데  어느 날 그의 말이 도망하여 오랑캐의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하자 그 영감은 ‘이 일이 좋은 일을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을 하지 않더랍니다. 몇 달이 지나자 도망친 말은 준마를 많이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이웃 사람들이 축하하자 그 영감은 ‘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답니다.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던 중 말에서 떨어져 다리의 뼈가 부러졌습니다. 또 이웃사람이 걱정하자 ‘이것은 복이 된다.’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1년이 지나자 오랑캐들이 요새로 공격해 들어와서 모든 장정들이 전쟁에 나갔으나 노인의 아들은 불구의 몸이었기 때문에 생명을 보전하고 좋은 규수를 얻어 결혼하고 잘 살았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복이 재앙이 되고 재앙이 복이 될 수 있으니 일희일우(一喜一憂)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라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증상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는 새옹지마와 같이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인생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일이며, 하느님 나라의 일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진리입니다. 그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다가 온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기분에 따라서 하느님 나라에 가거나 가지 않거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절대 절명의 일인 것처럼 우리가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것과 같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잠시의 인간사에 길흉화복과 같이 머물다 또 흩어지는 것이 아닌 영구불변의 하느님 나라는 이미 와 있는 것입니다. 그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도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우리는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하며, 그 나라의 백성으로 선택하는 것도 하느님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분에게 매달려 있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증상을 잘 살펴보고, 눈치를 잽싸게 보고, 어영부영 하지말고 그분께 쩍 달라 붙어야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매사를 통해서 당신 나라의 증상을 계시하시는 주님, 저희가 당신께서 주시는 수많은 증상을 보고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면서 저희의 안락함으로 살았나이다. 저희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셔서 당신의 눈에 드는 자식이 되게 하시고, 당신의 나라에서 주님 사랑을 받으며 살게 하소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마다 허송세월하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정신을 차리도록 불러주시고 야단쳐 주소서. “얘야, 너 어디로 가고 있느냐? 나는 여기 있다. 한눈팔지 말고 내게로 오렴, 자, 어서 내게로 오렴.” 하소서. 자비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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