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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깨어 있어라ㅣ옮겨온 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2 조회수665 추천수10 반대(0) 신고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도록 깨어 있어라.>

(루카21,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 학교에 가려면 적어도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학교 가는 길은 동네 앞으로 난 논길과 냇가의 둑을 따라서 학교가 빤히 보이고,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 길이였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는 동네의 아이들이 몰려와서 일렬로 죽 늘어서서 종알거리며 장난도 치고 형들이랑 얘기도하고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과 섞여가지 않고 따로 따로 무리를 지어 가는 모습이 지금도 아련히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른 봄의 6학년 쯤 이었는데 그날은 집에서 할머니의 생신날이었고, 손님들을 초대해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심부름을 하다 보니 시계가 흔치 않을 때 나와 동생이 그만 동네아이들과 늦게 뒤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침 첫 수업 예비 종소리가 울린 것은 학교 앞 400m쯤 떨어진 곳이었는데 나와 동생은 급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막 교문에 들어서려는데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가시는 모습이 보였고 다급히 교실에 들어가니 지각을 한 아이들 세 명이 앞에 서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우리들에게 다가오셨는데 손에는 예의 복숭아나무 회초리가 들려져 있고 여지없이 종아리를 맞거나 손바닥을 맞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엄하시기로 소문난 학교에서 6학년 담임선생님을 오래 맡아서 하시며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평판이 높은 분이셨기 때문에 우리는 무서워서 벌벌 떨었습니다.

 

 특히 지각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시는 선생님은 그날 단단히 벼르신 모양이었는지 우리 앞으로 다가오더니 아무 말씀도 없이 우리가 입은 홑적삼을 들치시고 등에다가 손을 쑤욱 넣으시고는 등짝을 손으로 더듬으셨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들어가 앉으라고 하시고 나머지 세 명에게 종아리를 걷으라고 하시고 매를 때리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지금 나는 너희들의 등에 손을 넣어보았다. 분명 종소리를 학교에 오는 동안 들었을 것이다. 늦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뛰어왔어야 한다. 그런데 한명은 뛰어와서 땀이 흠뻑 젖어 있었고, 나머지는 종소리를 듣고도 천천히 왔다. 이런 정신으로 공부하면 장래 무엇이 될 수 있겠느냐?”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느님나라에는 지각해서도 안 되고, 게으름을 부려서도 안 되는 학교 가는 길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은 지 벌써 50년이 다 되어가면서도 그 가르침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논어(論語) 계씨편(季氏篇)에서 '손해되는 세 가지를 좋아함‘이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 세 가지 즐김이 있다는 것인데 손자삼요(損者三樂)라고 합니다. 교락(驕樂:방자함을 즐김), 일락(逸樂:놀기를 즐김), 연락(宴樂:주색을 즐김)이 바로 손자삼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좋아해서는 안 되는 손자삼요를 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손자삼요로 살면 백해무익(百害無益)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재미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의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십니다. 바로 손자삼요에 빠지지 말라고 이르시지요. 물러터지게 살았어도 이제는 아주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일을 이루어야 할 때라는 것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을 주님은 강조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무르게 합니까? 세상의 부귀영화가 우리를 나태하게 하고 무르게 만듭니다. 요즘 아이들이 점점 물러지고 나약해지는 것은 가난하고 못살 던 때 고생하면서 살았던 우리의 삶을 한(恨) 갚음으로 우리들의 아이들만큼은 호강시키면서 살게 하겠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이 혹시 우리와 우리의 자식들을 무르게 한 것은 아닌지요.  내 자식을 ‘사람 되게 해 달라.’고 매를 가지고 선생님을 찾았던 우리의 부모님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치관의 부재입니다.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집니다. 지금의 가치관은 황금만능주의와 이기적인 사고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신앙, 사랑, 기도, 종교, 가정, 사회도 우리의 올바른 가치관에서 새롭게 꽃필 수 있습니다. 이제 이 가치관의 정립을 위해서 정말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노력하는 태도의 부족입니다. 근검절약하며 최선을 다해서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노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하느님 앞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을 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하시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나왕이라는 나무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열대우림에서 성장하는 나무입니다. 한대지방의 나무는 재질이 아주 단단하지만 열대지방의 나무는 아주 무르고 여립니다. 속나무는 너무 물러서 손톱으로 글자를 새길 정도입니다. 그러나 바다에 오래 담가두고, 증기 솥에 찌고,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인 다음 강한 압력으로 눌러 합판으로 만들면 못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한 나무가 됩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며, 빛입니다. 그리고 아주 뜨거운 증기 솥이며, 강력한 접착제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주님은 물러터진 우리들을 잘 단련하시어 아주 단단하게 만드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 당신의 몸을 산산조각 내시어 접착제가 되시고, 당신의 성령으로 우리를 강력하게 인도하여 주십니다. 용기를 내어 단단한 주님의 사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에게 깨어 부지런히 달려오라고 말씀하시는 주님! 저희가 당신의 곁으로 가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며, 손자삼요에 빠져서 수렁에 헤매고 있습니다. 물러터진 마음으로 세상의 부귀영화와 가치관의 부 정립과 불성실한 태도로 살고 있사오니 자비하신 주님, 저희의 등에 손을 넣으시어 저희가 불성실하고 게으름을 피웠다면 종아리를 쳐주시어 정신을 차리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여 당신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소서. 참 스승이신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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