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68) "신부님, 큰일 났어요" / 임문철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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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정자 | 작성일2006-12-04 | 조회수1,002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신부님, 큰일 났어요"
글쓴이 : 제주 중앙주교좌 성당 : 임문철 주임신부님
12월 첫째주 대림 제1주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34-36)
예수님이 어느 마을에 나타나셨다. 맨 처음 예수님을 본 아주머니는 당황하여 사제관으로 달려갔다. "신부님, 큰일 났어요. 예수님이 오셨어요! 저기 보세요. 막 성당마당에 들어서시잖아요."
본당 신부는 주교님에게 얼른 전화를 했다. "주교님, 어떡하죠? 예수님이 우리 본당에 오셨는데...."
주교님은 "잠깐 기다리세요."
하고는 교황청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교황청에서 온 대답은 이랬다. "바쁜 척 하시오!"
아일랜드 출신 신부님이 소개한 최신 유머이다.
예수님이 지금 나에게 오신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바쁜 척은 못할 것 같고 아마 고교시절 수학시간에 소설책 읽다가 선생님께 들켰던 때처럼 그저 죄송하기만 할 것 같다.
그러면 주님께서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있을 수 없단 말이냐?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하시며 나약한 베드로에게 하신 것처럼 나도 격려해 주실까? 아니면 썩은 나무는 아무 곳에도 쓸데없다고 내치실까?
그렇잖아도 나는 겟세마니의 베드로보다도 더 잠이 많은 사람이라 새벽미사가 있는 날이면 오전 내내 병든 병아리처럼 정신을 못 차린다. 교구행사 때에도 꾸벅꾸벅 졸다가 제풀에 깜짝 놀란 적도 있다.
대림절의 주제는 기다림이며 기다림의 자세는 깨어있음이다. 이 깨어있음은 잠을 자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현존 안에 머물러 있으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아버지와 함께 기차여행을 하면서 창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에 푹 빠져있다가도 한순간 "아버지, 여기 좀 보세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 한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깨어있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하는 처절한 전쟁터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은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한다면 그는 사랑하는 이에게 깨어있는 것이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모든 일을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 한다면 그는 늘 깨어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현존 속에 머물기는커녕, 하느님과 전혀 상관없이 진행된다. 모든 것이 나의 의지에, 나의 능력에 달려있는 것처럼 행동하느라 하느님의 뜻과 영광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다 보면 나의 믿음의 바닥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이럴 때 우리의 영혼은 "암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이 몸은 애타게 당신을 찾습니다." 하고 노래한 시편작가처럼 탄식하며 기도하게 된다.
"주님, 어서 오시어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의 도움이 없다면 저는 그저 영원히 저주받아 마땅할 죄인일 따름입니다."
이렇게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을 청하며 산다면 주님께서 우리 앞에 서실 때 "주님, 이제 오셨습니까?" 하고 반기게 될 것이다.
그때 주님께서는 우리 미약한 죄인들을 기꺼이 당신 품에 안아주시지 않겠는가!
ㅡ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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