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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생, 풀잎 끝에 맺힌 이슬방울 . . . [김영진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7 조회수838 추천수9 반대(0) 신고

 

 

 

 

'인생은 풀잎 끝에 이슬방울이다.'

 

어제 나에게 소중했고 내가 사랑했던 신부님 한 분이 세상을 떠난 기사를

가톨릭 신문에서 보고 넋을 잃고 앉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인생은 풀잎 끝에 맺혀진 이슬방울 아니더냐!'

 

그의 고향은 아일랜드,  이제 그이 나이 49세, 

신부가 된 이래 23 년간을 한국인을 위해서만 일했던 사람!

폐암으로 숨지다니......,

 

내가 신학생 시절에 본당 신부로 와서 젊음을 불사르던 모습을...

나는 한 번도 잊어 본적이 없다.

 

그분이 가지고 있던 지프차는 우리 본당의 차였다.

아기를 낳기 위해 진통을 겪는 산모를 싣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시던 일!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으며,  험한 비포장길이라 사뭇 땀을 흘리시고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운전하시던 모습!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공소에서 싣고

미장원, 이발소를 들려

그들이 머리 손질을 끝마칠 때가지 기다리시던 모습!

 

농사철이면 논두렁에 앉아 밥을 먹는 농부들이 손짓을 하면,

싱글벙글 웃으며 막걸리 한 잔에 고추를 된장에 찍어 잡수시던 모습들......!!

 

면서기라도 되어서 농사 짓는 아버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신부 수업을 포기 하고자했던 나에게 용기를 주고자...

몇 달을 친구처럼 함께 해 주시던 그의 모습들!

 

그분과 나는 그 때 술도 지긋지긋하게 많이 마셨다.

 

우리나라 사람은 주는 걸 다 먹어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는

농부들이 주는 것이라면,

술이든,

밥이든,

옥수수이든,

감자이든 간에 서슴없이 꾸역꾸역 들고 나서는

사제관에 돌아 온 후,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사제의 삶을 배웠고

예수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를 아는 신부를 만나면 잘난 것도 없는 나를 한없이 자랑해 주었고,

내가 미국을로 떠나기 얼마 전,

5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나의 본당까지 와서 해물잡탕을 먹여 주던

그분의 얼굴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때 그분은 자기 병을 알았을 텐데,

왜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순간까지

소외되고 고통 중에 있는 우리나라의 알콜 중독자, 병자들을 모아 놓고

밥해 주고 빨래해 주며 살던 나의 소중한 신부님이...

이제 나에게는 풀잎 끝에 맺혀졌던 사라진 이슬방울로만 남고 말았다!

 

나는 약한 인간인가,   아니면 어리석은 인간인가?

 

내가 사는 집이 공동 묘지 가운데 있기에

늘 죽음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건만 글쎄......,

 

거의 매일 장례미사를 보면서도

설마, 내가 죽을라고..

죽기야 죽겠지만 아직도 까맣게 멀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는

세속에만 물들어 있는 약한 인간이서인가?

아니면 머리가 아둔해져버린 어리석은 인간이어서인가?

 

복음은 늘 준비하고 있으라고 명하신다.

이제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이다.

 

죄 지은 아이는 엄마, 아빠가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 법.

따라서 우리도 죄를 회개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새로운 삶,

천국에 가서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연말이라서 바쁘고,

장사가 잘 되는 시기로만 생각할 뿐이라면

이 대림절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할 것이다.

 

나의 인생 여정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나의 인생을 준비하자.

그래서 하느님이 기쁘게 받으실 것만을 마음속에 담자!

 

 

 

- [밀가루 서말짜리 하느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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