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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실행하는 길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7 조회수711 추천수6 반대(0) 신고

 

<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실행하는 길>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마태 7,21.24)



  예수님께 주님, 주님 하고 쫒아 다닌 사람 중에 하늘나라에 들어갔을까? 하고 제일 의심되는 인물이 이스카리옷 유다입니다. 그도 예수님의 제자로 공생활 내내 예수님 일행과 함께 숙식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스승이신 예수님을 배반했다는 사실은 정말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는 혹시 나도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겁나는 본보기입니다.


  복음서에 나타나는 유다는 열혈당원이었으며, 돈주머니를 담당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이름이 말해주는 대로 유다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유다민족이 얼른 독립하여 세계에 우뚝 서는 민족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민족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예루살렘으로 뭇 민족이 조공과 예배를 바치러 오는 광경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그의 별명 이스카리옷은 단검을 뜻하는 시카리에서 유래 했습니다. 시카리들은 자객으로 동족을 배반한 사람들과 이방인을 처단하는 암살단을 뜻하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여야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었습니다. 독립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위에서 결정한 것이라면 동정을 베풀 필요도 없이 처단하여야 했습니다.


  유다가 한때 그들과 한패였으나 예수님을 만난 후 그들과 결별했습니다. 무작정 사람을 해치는 것이 싫었고, 로마 군사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점점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다는 군중의 힘을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군중이 뭉쳐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열혈당원들의 세력이 점점 약해 졌습니다.

  그는 태생적으로 지는 싸움에 모험을 거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무렵 유다는 새로운 대안을 예수에게서 기대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는 곳에는 많은 군중들이 쫒아 다녔습니다. 병든 사람을 고쳐달라고, 마귀를 쫒아 달라고, 절름발이, 소경들이 그 가족들과 한꺼번에 몰려 왔습니다. 그는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큰 세력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그 제자집단은 볼품없는 사람들만 남고 다들 떨어져 나갔습니다. 세관장 자캐오 같은 반역자를 받아들이고 막달라 마리아 같은 창녀들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뒤를 다르라고 하니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예수를 미친 사람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캐오만 해도 가진 것의 반을 나누어 주더라도 그는 여전히 부자이었습니다.  그런 자를 받아들여 공연히 분란만 일으키는 예수가 못 마땅했습니다. 그리도 여자들이 너무 많이 쫒아 다니는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아녀자들이 무슨 큰일을 한다고 쫒아 다니는지 속으로 마뜩치 않았습니다. 그 비싼 향유를 발에다 붓는 여자들 소견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정도의 돈이라면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내주면 유용하게 쓰일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점점 볼품없는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두머리로 눈여겨 두시는 베드로만 해도 그는 너무 단순한 사람입니다. 모름지기 우두머리는 용의주도하고 과단성이 있어야하는데 그는 욱하기만 했지 꿍꿍이셈이 부족했습니다. 요한은 너무 유약했습니다. 야고보는 불같은 성격이나 지혜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외 다른 제자들은 모두 개미새끼 한 마리 죽이지 못할 위인들입니다. 그저 스승 예수님만 졸졸 따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확실히 예수님, 이분은 남 다른 데가 있었습니다. 알지 못하는 힘이 있고 말씀도 조리 있게 하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병자를 고쳐주시는데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상대방의 믿음만 청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눈길은 언제나 평화로웠고 따뜻했습니다. 예전에 자기가 모시던 시카리 두목과는 확연히 다른 분이었습니다. 그는 용감하고 위압적이며 단호한 점이 있었지만 냉정하고 비열한 면이 있어 왠지 겁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 이분은 알면 알수록 품에 안기고 싶어지는 분이었습니다.

  예수님 앞에 서면 알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밀려들었습니다. 나도 저분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공금을 유용한 잘못을 다 아시는 것 같은데도 아무 말씀 안하시고 용서해주신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른 동료들이 추궁하는데도 덮어 주셨습니다.


  옛날 시카리 지도자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자기 동료들이 계속 체포되고 있다. 조직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니 이제 예수라는 분을 쫒아 다니는 것은 그만두고 다시 우리 조직으로 들어오라고 말합니다.


  이에 유다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그런 중에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이 사제와 원로들에게 체포된다면 어찌 될까? 많은 군중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을까? 특히 파스카 순례기간이라 그분 말씀과 기적을 보고 감동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군중들이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그분이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라면 하느님도 가만 계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그는 이런 꾀가 생각나자 무릎을 치며 스스로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나는 머리가 좋단 말이야! 하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이후 이야기는 성경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다 이스카리옷은 자기의 이념을 얼른 펴보고 싶었습니다. 유다민족이 어느 한사람의 희생을 통하여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각오를 맹서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평소 생각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쇠는 단김에 때리라고 했듯이 무엇이든지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그때라고 그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유다의 행동을 묵상해 보면 어찌나 지금 우리의 모습과 똑 같은지 소름이 끼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계획한 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정치력을 행사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고, 작당과 음모로 군중의 힘을 이용하려는 행태는 모두 똑같습니다. 무엇이든지 자기가 그 자리에 있을 때 이루려고 하는 마음마저 같습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섣부르게 나서는 것마저도 같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힘마저 이용하려 듭니다. 언제나 주님은 제 편이라고 착각하고 나섭니다.


  주님의 이름을 부른다고 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에 대한 가르침은 바로 성모님의 말씀 한마디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기다리시고, 마음에 새기셨으며,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 하고 응답하는 것이 주님의 뜻에 따르는 우리의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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