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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9 조회수658 추천수7 반대(0) 신고

12월9일 대림 제1주간 토요일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마태9,35-10,1.6-8) 


 그 때에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을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아주 어릴적에  양식이 떨어질 때가 많이 있었지요. 사실 그 당시에는 아주 부잣집이 아니면 양식을 제대로 간직하고 살기는 어려운 시절 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식이 떨어지면 보통 부잣집에서 꾸어오는데 지금이야 좋은 기계가 많치만 예전에는 방아를 찧기도 힘들어서 찧어놓은 것이 떨어져도 꾸어옵니다.  사실 절구통에 벼나 보리를 넣고 손수 방아를 찧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들고, 곡식이 부족해서 방아 찧을 곡식도 많치가 않으니 양식을 마련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짓기 밥 짓기’라는 말이 생겨났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도 생겨났습니다.
 

 그때 당시에 보리방아를 찧으려면 손이 부르트고,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 찧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히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보리방아를 찧으려면 물을 붓고 잘 섞어가면서 곡식을 헤집고 알갱이가 상하거나 많이 깎이고 부서지지 않도록 구석구석 골고루 잘 찧어야 합니다. 절구통에 보리를 넣으면 기껏해야 세 되 정도인데 보리쌀로 얻게되는 양은 한 되 반 정도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퇴직을 앞두고도 별 소득 없이 일을 끝까지 다 하는 것을 일컬어 ‘보리방아를 찧는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처럼 양식을 마련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로 양식을 꾸어오는 경우에 아쉬운 소리를 또 많이 해야할 형편이어서 허리를 구부리고, 정중하게 절을 하고 날짜를 정하여 틀림없이 갚겠다고 약속하고 꾸어옵니다. 그런데 아주 부자는 꾸어주지를 않는데 처지가 서로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양식을 꾸어주고 받습니다. 쌀이나 보리쌀을 꾸러 갈 때에는 일반적으로 다섯 말들이 자루를 가지고 가는데 우리나라는 한 말을 한 8kg으로 계산을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 말(斗)을 한 되(升)로 계산하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한 자루는 지금으로 계산하면 40kg 정도 되는 쌀을 담을 수 있는 헝겊으로 된 부대를 가져가서 보통 다섯 되 정도를 꾸어옵니다. 그렇게 양식을 꾸어 온 자 루를 가져다 방 한쪽 귀퉁이에 놓으면 폭삭 주저앉아서 그 모양이 너무 쓸쓸하고 기운 없어 보이고, 처량해서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한 것입니다.


   진나라의 전원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집안이 가난해서 고향의 조그만 현지사가 되었는데 급료는 일당으로 쌀 닷 되를 받았습니다. 어느 날 동향의 후배가 상급관장으로 부임하여 자신을 사찰하려고 온다는 통보를 받고 ‘요불굴위오두미’(腰不屈爲五斗米)<쌀 다섯되 때문에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하고 80일간의 봉직하였던 현령직을 과감하게 사임하였습니다. 이는 곧 <얼마 되지 않는 급료 때문에 시시한 상관에게 아첨할 수 없다.>는 도연명의 기개를 나타낸 것으로 낙향을 결심하게 된 원인이 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도연명은 “이젠 돌아가리라. 전원이 바야흐로 황폐해지려고 한다. - 귀거래혜여, 전원이 장무어늘 호불귀리오.’(歸去來兮여, 田園이 將蕪어늘 胡不歸리오.)”라고 시작하는 '귀거래사'를 썼습니다. 지금도 아주 적은 일당을 받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굴욕의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양식을 꾸어보아야 그 심정을 알 수 있습니다. 적은 돈을 꾸기 위해서 비싼 이자를 지불하던 예전과 달리 현금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요즘에 어릴 적 우리들 가난한 서민들의 애환을 아무리 잘설명 한다고 한들 그 심정을 가히 헤아리지 못할 것입니다.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혹은' 요불굴위오두미'(腰不屈爲五斗米)의 옛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오늘 복음 말씀이 자꾸만 가슴에 머물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자 없는 양처럼 병마, 가난, 관리들의 세금에 시달리고 약자를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모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기가 꺾여서 풀이 죽어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그들을 가엽게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가득하시어 사람들을 고쳐주고,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양식을 주고, 관리들의 학정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해방을 맞이하게 하시고 허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필요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닮은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뜻을 받들어 살 제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오늘도 추수할 일꾼이 더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하여 수확할 밭의 주인에게 일꾼을 더 보내달라고 간청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말로 헌신적으로 봉직할 일꾼을 보내주시기를 간청하라고 하시며 뽑힌 일꾼들은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정말로 돌봐야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으로 거저 받았으니 거저 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부자들이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말로만 잘합니다. 말뿐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는 일꾼이 필요하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들의 성직자 수도자와 같은 분들이 필요하신 것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 주님, 저희는 그 동안 세상의 모든 것을 당신께만 의지하고 참된 일꾼이 되기보다 언제나 당신의 은총만 간절히 원하면서 부족하게 살았습니다. 이제 새롭게 다짐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를 일구는 성실한 일꾼으로 말씀에 순종하고자 하오니 거저 받은 은총으로 봉사하는 참다운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지혜와 사랑을 심어주소서. 자비의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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