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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9 조회수669 추천수6 반대(0) 신고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태 9,36-38. 10,1.8.)



  저희 M본당에는 ‘파란마음’이라고 불리는 장애우 주일학교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많은 장애우와 자원봉사자들이 한 가족처럼 화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어린 대학생이 자기가 파란마음 교사를 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합니다. 중학교시절 어머니와 장애아동 보호소에 목욕 봉사를 갔었는데 먼저 자기가 때를 밀어 주었다고 합니다. 별로 목욕탕에 간 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았답니다. 그 아이에게 대충 비누질하고 때밀이 수건으로 몇 번 쓱쓱 밀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목욕을 다 끝내자 그 아이가 자기에게 등을 돌리라고 하더니 때를 밀어 주는데 어찌나 정성스럽게 하던지 구석구석 손이 가지 않은 데가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머리를 숙이라고 해서 왜? 하고 물으니 머리를 감겨 주더라는 것입니다. 때를 밀어주는 것이 약간 귀찮고 어색해서 대충 밀었고, 머리도 감겨주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답니다. 그 때 얼마나 창피하고 또 큰 감동을 받았던지 나중에 이런 장애 아이들을 위해 꼭 봉사하리라고 결심 했다고 합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이런 강론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이 장애 아이들이 안타깝고 불쌍하게 생각되시죠? 그런데 이들이 여러분 대신에 장애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장애우도 창조하셨습니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 장애우가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실수로 장애우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분은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실 분이 아닙니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그분의 계획안에 어느 정도 장애우가 태어나도록 만드셨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이들 장애우가 겪는 몫이 혹시 여러분의 몫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맞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혹시 억지 궤변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들이 우리 대신 장애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그러니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장애우라고 해서 행복이 전혀 없고 불행하기만 할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들과 지내보면 우리들 보다 더 감사하고 지낸다는 것을 금세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불평하고 있는 것들에 이들이 얼마나 감사해 하는지 안다면 여러분이 오늘 하는 봉사가 시간낭비가 아니라 일생일대에 가장 큰 축복이 될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자기를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요. 좋은 선생님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다고 기도해요. 착한 친구 사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웃어요. 나도 한가지쯤은 잘할 수 있다고 기뻐해요. 걸을 수 있고, 책 읽을 수 있고, 내 손으로 밥 먹을 수 있고,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는 것에 이들처럼 감격해 하는 사람이 없어요. 봉사자 여러분 진정 그들처럼 감사했는지 아마 부끄러우실 것입니다. 그들이야 말로 거저 주신 것에 감사하고 자신이 받은 것을 거저 주려고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예요.


  성경에 바리사이가 바치는 기도가 있죠. 그들도 자기가 하느님께 받은 것을 감사하며 기도하죠. 그러나 잘 들어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카 18,11-12)


  이 기도는 자기가 받은 것을 거저 주려는 기도가 아닙니다. 남을 저주하는 기도이며, 자기를 분리하려는 기도입니다. 하나가 되려는 기도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진정 감사하는 기도인지 깨닫고 가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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