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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양보다는 질이 관건이다. ㅣ박상대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9 조회수614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6년 12월 9일 대림 제1주간 토요일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마태 9: 38)

 

 

The harvest is abundant but the laborers are few;
so ask the master of the harvest
to send out laborers for his har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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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이사야를 통하여 알려 주신 구원과 해방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귀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준 뒤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라고 분부하신다. 이로써 주님께서 가져다주시는 구원은 현실적이고 육체적인 구원까지도 포함하는 궁극적인 영혼의 구원임을 알 수 있다


 ☆☆☆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오늘 마태오 복음에서 들은 이 구절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는 메시지와 연결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요한 세례자는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 광야로 나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라고 선포합니다. 이는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하루빨리 깨닫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촉구하는 예언자적인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사람들 스스로가 할 수 없다면 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일꾼들을 보내 주시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십니다. 이는 요한 세례자보다도 더한층 사람들 안으로 들어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지 못하는 양들에게는 직접 양 떼 속으로 들어가 양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행동하는 목자가 필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이제 멀리서 양 떼를 부르는 양치기가 아니라 직접 양 떼들 안으로 들어가 몸소 양들을 돌보아 주는, 활동하는 목자를 필요로 하십니다. 이는 하느님의 나라가 너무도 가까이 왔기 때문이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을 만큼, 회개를 통한 새로운 삶의 기회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양보다는 질이 관건이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가 나름대로 편집한 기적사화집성문(8-9장)의 마지막 부분이 파견설교(10장)에 연결되는 대목이다. 마태오는 예수께서 지금까지 펼치신 활동들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의 온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그 표시로 수많은 병자들을 고쳐주셨다. 예수님의 눈코 뜰 새 없으신 거대한 활동상이 단 몇 마디로 요약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예수께서는 마치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더 많은 목자의 필요성을 느끼신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간파하신 것이다. 이에 예수께서는 직접 12제자를 뽑아 사도로 임명하시고,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 이스라엘의 남은 백성들 가운데로 파견하신다.

 

  목자 없는 양떼 같이 시달리고 허덕이는 많은 군중들을 보면서 아쉬워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엇이 있다. 그것은 "왜 예수께서 한꺼번에 군중의 부족함을 채워주시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라 모순과 부정의 세상을 살아가는 인류역사의 생각이기도 하다. "기적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어제 말했다. 예수께서 기적만으로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 잡으려고 하셨다면 굳이 온 마을을 두루 다니실 필요도 없겠거니와 아예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실 필요도 없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처럼 한 마디 말씀으로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실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이유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 아울러 오늘 복음이 무엇을 선포하고자 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오늘 복음을 도식으로 설명하자면, "예수님의 활동(열정) -> 목자의 부족(절망) -> 제자들의 파견(희망)"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예수님의 분주하고 열정에 찬 선교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상황은 거의 절망적이다. 양떼는 많은데 이를 돌보아 줄 목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은 가히 절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모든 양떼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일꾼을 청하라고 독려하신다. 예수님 스스로 많은 제자들 가운데 12명을 선발하시어 사도로 삼아 절망에 찬 세상에 이들을 파견하시어 희망을 주시는 것이다.

 

  12명의 사도로 절망적인 현실이 구제될 수 있겠는가? 물론 불가능하며 중과부적(衆寡不敵)하다. 그것은 "추수할 것은 많은데 추수할 일꾼이 적다"는 말씀을 수(數)적인 부족으로 생각할 때 그렇다. 양적(量的)인 요청이 간절할 때도 많지만 질적(質的)인 풍요가 더 중요하다. 우리가 예수님의 파견설교(10장)를 귀담아 듣는다면 이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수께서 실행에 옮기기에도 어려운 엄격한 선교상의 여장규칙을 언급하신 것을 생각해 보라. 따라서 문제는 양(量)에 있지 않고 질(質)에 있다. 그 질(質)을 오늘 복음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8절)는 말씀이다. 세상 사람들 중에 자기가 가진 것을 거저 받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박상대신부-

 

                         "♬내가 천사의 말 한다해도"~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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