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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일] 대림절의 사나이 세례자 요한(이기양 신부님)
작성자전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09 조회수703 추천수5 반대(0) 신고

   크리스마스를 가장 잘 준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장사꾼들인 것 같습니다. 12월이 채 시작도 되기 전에 마치 밤하늘의 별이 무더기로 내려앉은 듯한 화려한 가로수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가게는 가게대로 수많은 크리스마스 용품들과 성탄 카드, 화려한 선물들로 넘쳐나 온 세상이 마치 성탄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나날이 새로워지고 화려해지는 상술을 보노라면 마치 우리의 성탄을 장사꾼들에게 빼앗긴 듯한 서운함마저 듭니다. 이렇게 장사꾼들이 준비한 크리스마스는 잠시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고 사랑의 정을 나눴다는 위안을 줄지는 모르지만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욕망의 세계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굳이 겪지 않아도 될 후회와 어둠의 세계로 우리를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상의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달리 대림절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이 예수님을 맞기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는 사나이가 있습니다. 대림절의 사나이 세례자 요한이지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 4. 6).

 요한은 회개의 세례를 통해 예수님의 구원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오실 아기 예수님을 깨끗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회개를 외치는 것입니다. 회개는 단지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을 뜻합니다. 내가 잘못된 길을 걸었다면 후회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돌아서서 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 회개입니다.

 9세기 뉴질랜드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형제가 양을 훔쳐 팔려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혔습니다. 분노한 주민들이 형제들의 목을 매려 하자 촌장이 그들을 막으며 소리쳤습니다.

 "비록 저들이 악인일지라도 우리 마음대로 목숨을 빼앗을 순 없소. 대신 도둑질을 했다는 표시를 새겨 놓으면 평생 어딜 가도 편히 살 수 없을 것이오".

 사람들은 촌장의 말대로 형제의 이마에 커다랗게 'S.T.(Sheep Thief : 양 도둑)'라고 새겨 넣었습니다. 그 뒤 사람들은 그들을 볼 때마다 "저기 S.T.가 지나간다. 저 글자가 무슨 뜻인 줄 아니? 바로 양 도둑이라는 뜻이야. 하하하!"라고 놀려댔습니다. 견디다 못한 형은 밤을 틈타 마을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이마에 새긴 글자에 대해 묻는 사람들 때문에 편할 날이 없었지요. 결국 형은 좌절감에 빠져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비참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끝까지 마을에 남기로 하였습니다.

 "어디로 간들 내 죄를 피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이곳에 남아 죄과를 달게 치르리라".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 동생은 사람들이 내뱉는 온갖 비난을 묵묵히 견뎠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동생에 대한 비난은 점차 줄어들었고 묵묵히 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칭찬을 하기 시작하였지요.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다가 한 노인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를 이상히 여긴 나그네는 길을 가던 이에게 그 노인의 사연을 물었습니다. 마을 사람의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하도 오래된 이야기라 잘은 모르지만 저 분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 분처럼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요. 아마 저 이마에 새겨진 글씨 S.T.는 '성자(Saint)'의 약자임이 틀림없을 겁니다".

 회개는 욕망을 따른 죽음의 길에서 하느님의 길을 따라가는 생명과 희망의 길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오실 예수님을 깨끗한 마음으로 맞기 위하여 죄의 용서를 청하는 세례를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회개를 결심하는 신앙인들은 구체적으로 삶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회개의 길을 통해 하느님의 길을 따라 갈 때 우리는 장사꾼들이 유혹하는 소유와 소비의 그릇된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평화의 왕으로 우리에게 오실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세례자 요한의 외침대로 회개를 통해 은총의 대림 시기를 보내고 평화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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