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유에의 길 l 정채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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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2-16 | 조회수706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자유에의 길
저는 한 처녀의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아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결혼하자고 해서 찾아오는 신랑 신부 될 분들께 물어보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왜 저 사람과 결혼하고자 합니까?" 그러면 열에 여섯은 앵무새처럼 말합니다. "사랑하니까요." 그리고 넷에 셋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을 봤는데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좀 특수한 사정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어쩌다 보니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될 사정이 생겼습니다." "중매하신 분이 믿을 만해요." "경제력이 있고 직장도 그만하면 좋아요."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선 신부께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저분을 사귀어 보니 참으로 속되지 않습니다. 가난하게 살더라도 저분과 산다면 보람된 생을 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저분을 본받고 맑은 삶을 도우며 살고 싶어 결혼하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이미 지면에 발표한 <어떤 주례사>라는 저의 졸문입니다만 여기에 옮겨 본 것은 사람 간의 사귐도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예가 높으니까,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심지어 장사를 해야 하니까 찾아가고 찾아오는 세태이거든요. 이런 관계가 무너졌을 때 저렇듯 무정히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십시오. 개들도 이렇지는 않습니다. 신부님. 혼이 떠나고서 썩지 않는 몸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몸 모시기를 하느님 받들듯 하고, 영혼 알기를 옛 양반이 하인 보듯 천시하는 현대인들입니다. 손톱 밑에 가시 티끌 하나만 박혀도 내내 징징거리지만 혼 한쪽이 썩어 가도 아픔을 아예 느끼지도 못하는. 올해는 무엇이 주인인지, 그리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 이웃에게 그것만이라도 바르게 알게 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내내 영육 간에 건강하시기를 기도 올리면서. - 정채봉 / 스무 살 어머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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