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무덤 속의 고해성사 . . . . . . . [김영진 신부님] | |||
---|---|---|---|---|
작성자김혜경 | 작성일2006-12-20 | 조회수983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군종신부로 일하던 시절, 성탄 판공성사를 주기 위해 성체를 가슴에 모시고 최전방 철책을 밤새 헉헉거리며 오르내리다 보면... 이것이 신부의 사명이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밤중에 산길을 대 여섯 시간씩 헤맸지만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하는 사람은 고작 열 명 내외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내 자신을 기쁘고 뿌듯하게 만드는지...
(어쩌면 그 병사는 신부가 주는 껌 한통에 더 큰 기쁨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탄광 신부]로 부임하여 사 오십여 차례 갱 속을 드나들었지만, 갱 속에서 고해성사를 본 사람은 겨우 두 사람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탄광 신부]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크토록 크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줄이야.
아직 앳된 젊은 신부요, 활활 끌어오르는 정열과 자존심이 살아 있어 때론... 보이지 않는 곳, 알아 주지 않는 곳, 교육과 문화의 빈민굴인 탄광촌에서 손과 발이 되어 줄 일꾼이 없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지만, 나의 존재를 느끼게 해 준 그 광부의 말을 기억할 때는 웬지 으스대고 싶어진다.
안내자의 소개로 악수를 하고 기도와 대화를 나눈 후 돌아서는 나를 붙잡고 어떤 광부가 고해성사를 청했을 때, 당연히 사제가 해야 할 일이고 해 오던 일이건만 생전 처음 듣는 소리처럼 당황했다.
나로 하여금 그 기억을 잊지 못하게 한 그 고해자의 첫마디였다.
"신부님, 무덤 속에서 고해성사를 보는 마음입니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눈동자와 이빨만이 하얗게 보이는 그이 모습을, 머리에는 탄가루들이 쏟아지고 있는 그 깊은 채탄 막장에 묻혀 탄가루에 범벅이 된 그의 손과 곡괭이를 꽉 잡고,
나는 "오! 하느님, 여기에도 계시는군요!"
수없이 속으로 외쳐댔다. 그곳을 무덤이라 부르는 사람이 어디 이 한 사람뿐이랴?
내가 죽으면 나의 뼛가루를 갱 속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하고 싶도록, 내가 탄광에 연민의 정을 느끼고... [탄광 사제]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을 일깨워 준 그 거룩한 삶의 고백자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도 어느 갱 속에선가 땀을 흘리며 심한 노동에 지쳐있을 그 사람. 외로운 갱 속에서 탄 더미에 묻혀 죽어가는 동료들을 수없이 보아 온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아직도 하느님이 살아 계셔서 위로를 주시니 더욱 잊지 못할 것이다.
때때로 통회 없는 마음으로 고해성사에 임하는 사람의 고백을 들으면서, 또한 나 자신의 고해를 더욱 순수하게 바치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그가 한 표현대로 무덤 속의 고해성사를 자주 생각해 본다.
*** 그대여! 그대의 일터가 곧 그대의 무덤이 될지 모른다면, 그대는 그곳에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가 있겠는가? ***
- [치마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