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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의 구유를 준비합시다. (나영훈 안토니오 신부님 )
작성자오상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3 조회수528 추천수5 반대(0) 신고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12월 23일(대림 4주일) : 마음의 구유를 준비합시다.
 
  우리는 지금 대림시기의 끝에 서 있습니다.

성당 입구에는 밝은 빛깔의 조명들이 빛을 내고 있고

제대 밑에는 예쁘게 꾸며진 구유가 놓여있고

제대 위에는 대림초가 모두 켜졌습니다.

정말로 아기 예수님의 오심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기 예수님이 만약에 오신다면 어디에 오실까요?

아기 예수님이 오셨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이라면

그런 곳이라면 아기 예수님께서 오시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 제 출신 본당의 주임 신부님께서 들려주셨던

정호승 시인의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에는 

어디에 예수님께서 오실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김 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정호승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 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예수님께서 처음 오신 곳은

가난한 마음을 가진 성모님의 뱃 속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두번째 오신 곳은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구유 안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가신 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운 십자가 위였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예수님께서는 어디로 오실까요?

바로 가난한 우리 마음입니다.

구유처럼 보잘것 없고 외로운 우리 마음에 오십니다.


하루 밖에 남지 않은 대림4주이지만

마음의 구유를 예쁘게 꾸미고

아기 예수님을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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