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저녁 묵상] 세월과 함께 우리도 가고 있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8 조회수582 추천수9 반대(0) 신고

세월과 함께 우리도 가고 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오늘이란 세월은 가고 오늘 일어났던 모든 순간도 흘러 가버렸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은 체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버린 시간은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저껜 초연한 죽음을 맞이하는 교우를 보았습니다. 저 분은 어떻게 죽음 앞에서도 저렇게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까? 주위의 울음소리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드리며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운명도 이렇게 흘러 가버리는 것을 우리는 순간에 집착하여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참 다정하게 지내왔던 사이였지만 그 인연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야할 곳으로 가야하는 이별을 고하면서 제게서 떠나버렸습니다. 마지막 죽음 앞에서 묵주를 손에 꼭 잡은 체 싸늘하게 식어 가는 그를 바라보며 애써 참으려던 울음보를 터트려 버렸지만 한 인생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 때 품었던 꿈도 흘러가 버립니다.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사람도 가버립니다. 죽음 앞에는 친구도 없고 꿈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에서부터 떠나는 이별만 있었습니다. 문득 테레사 수녀가 인생을 표현하는 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나 남루한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지내 본 사람은 그 말의 뜻을 알 겁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조그만 방, 몸뚱이 하나 드러누우면 딱 맞는 방에서 낯 설움과 고독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여야하는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해가 시작되는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에 12월도 거의 다가고 태어난 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내 인생은 오십을 넘어 황혼에 서있습니다. 모두가 짧고 낯설게 가 버린 세월이었습니다. 좀더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느껴지고 좀더 아름답게 살지 못한 것도 아쉬워 지며 정말 멋지고 기쁨으로 나날을 그려보는 뜨거운 열정의 사랑을 나누지 못했던 아쉬움도 가슴을 저리게 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후회의 뉘우침 속에 빠져 있진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내게 남은 인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갈 사람은 갔지만 그가 남겨 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가 베풀었던 온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그의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이 몰려와 애도하면서 침이 마르도록 그가 전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밤을 새우는 것을 보고 나를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세월은 분명 흘러 가버렸지만 그가 남긴 따뜻한 사랑과 그의 마음은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사는 의미가 존재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는 이 순간 내가 걷는 발걸음에는 어떤 마음을 스미게 해서 걸을까를 생각합니다. 갈 것은 다 가고 떠나야 하는 우리 인생이지만 이별을 서러워하는 아픔의 시간이 아니라 좋은 시절도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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