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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묵상] 기나긴 기다림의 성취ㅣ박상대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30 조회수680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6년 12월 30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밤낮 없이 단식과 기도로써 하느님을 섬겨 왔다.(루가 2,37)


Worshiped night and day with fasting and prayer.


 

 

 시메온에 이어 하느님의 가난한 종 한나가 아기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신 영광스러운 사건의 증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나는 이 아기가 결국 세상을 구원하실 주님이심을 알아보고 이 사실을 예루살렘이 구원되기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선포한다


 ☆☆☆


한 해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또 다른 새해의 시작을 생각하니 마침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순간이요, 결국 시작은 항상 다른 마침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지만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은 달은 다시 차오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고, 마침이 있지 않고서는 또 다른 시작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 안에서 마침을 보고, 다시 마침 안에서 시작을 찾아볼 수 있는 혜안이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한 사도는 우리가 세상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세상과 세상 것을 사랑하지 않도록 간곡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세상 속에서 유한한 세상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이러한 유한한 삶의 종말과 동시에 무한한 삶의 시작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 2,17).

 

 

 

기나긴 기다림의 성취  


  오늘 복음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치러진 마리아의 정결예식과 아기 예수의 봉헌예식을 통한 예수의 공현(公顯)을 마무리하는 부분이다. 예언자 시므온에 이어 예언녀 안나가 등장한다. 남녀를 차례로 등장시키는 기법은 루가복음의 특징에 속한다. 특히 예수를 따라 다니며 도왔던 여자들(8,1-3), 겨자씨의 비유에 이어 누룩의 비유에 등장하는 여자(13,18-21), 잃은 양의 비유에 이어 잃은 은전의 비유에 등장하는 여자(15,3-10), 마티아를 비롯한 12사도와 함께 있었던 마리아와 여인들(사도 1,13-14) 등의 대목이 그렇다. 예언녀 안나는 결혼한 지 7년 만에 남편을 잃고 84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면서 성전에 몸담아 밤낮 없이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을 섬겨온 사람이다. 그녀의 나이가 84살인지 아니면 과부생활이 84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성서원문을 따른다면 안나는 과부로 84년을 살았다. 따라서 그녀의 나이는 구약에서 105살을 살았던 유딧처럼 대략 104-105살로 추정된다.(유딧 16,23 참조)


  과부로서의 안나의 삶은 구차하고 가난하기가 이를 데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경건했을 것이다. 가난한 자가 하느님을 먼저 공경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안나는 오늘을 보기 위해 84년을 기다려 왔다. 따라서 안나의 삶은 가난하고 경건한 사람들의 모범이다. 이스라엘의 가난하고 경건한 사람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임박한 메시아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자들이다. 안나는 이들을 대표하는 자로 묘사되며 나아가 모든 그리스도교적 과부들의 가난하고 경건한 삶을 이끌 수 있는 모범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그녀가 시므온의 팔에 안겨있는 아기 예수를 메시아로 알아보았고, 시므온의 예언을 밖으로 배달한다. 루가는 안나가 어떤 말로 사람들에게 메시아의 도래를 알렸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것은 시므온의 예언이 어떤 말을 덧붙일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므온은 아기 예수를 두 팔에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었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루가 2,29-32) 예언녀 안나도 시므온처럼 평안히 눈감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언자 시므온의 말씀과 메시아로서의 예수 아기에 관한 이야기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전해진다. 이 말은 예수의 탄생사건이 그 자체로서 세상의 구원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예수의 탄생으로 말미암은 메시아의 현존에 대한 의식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기 예수도 메시아로서의 자의식을 키워가야 하며, 동시에 세상 또한 메시아와 그 현존에 대한 인식과 의식이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 때까지는 예수도 세상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시간은 성령의 시간이다. 성령 하느님만이 예수가 누구인지를 알고 계시며, 성령 하느님만이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또 선포하는 일을 도와주실 것이다. 따라서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공동체는 가난하고 경건한 예언녀 안나처럼 성령 하느님께 자신을 열고 구원의 날을 기다리며 이에 합당한 자신을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 박상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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