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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가정축일]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이기양 신부님)
작성자전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30 조회수751 추천수3 반대(0) 신고

   며칠 전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첫 번째 결혼의 40%가 이혼으로 끝나고 두 번째 결혼의 60%와 세 번째 결혼의 75%가 역시 이혼으로 끝난다고 합니다.(『5가지 사랑의 언어』 p50, 게리 채프먼/장동숙 역, 생명의 말씀사, 2006)
   놀란 이유는 이혼이 남편이나 아내 때문이 아니라 결국 나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서입니다. 우리 시대도 미국 못지 않은 이혼으로 재혼, 삼혼의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혼에 따른 가정의 혼란과 파괴는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기며 삶 자체를 실패한 인생처럼 그늘지게 만듭니다.    

   남편도, 아내도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며 열심히 사는데 왜 우리 시대는 이렇게 높은 이혼율이 만연하고 가정생활은 불안한 것일까요? 가족을 위해서라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심지어 자식들까지도 한 몸 바칠 각오들이 되어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 위주의 교육, 그리고 오직 내 자녀만 잘 되어야 한다는 극단의 이기적인 욕심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이기적인 욕심과 비뚤어진 교육이 가정을 망가뜨리고 사회를 붕괴시키며 부모들에겐 쓸쓸한 노년을 감수해야만 하는 참다운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교회는 성가정을 모범으로 제시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이 사셨던 성가정을 우리 가정의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신부님, 너무 이상적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성모 마리아처럼 살수 있고 요셉처럼 살 수 있으며 더군다나 예수님처럼 살 수가 있겠습니까? 그 가정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가정이 아닙니까?”
   그런데 사실 우리보다 훨씬 힘겹고 가난했으며 시련이 많았던 가정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정말 가난했습니다. 가장인 요셉의 직업은 목수였지요. 일용 노동자였습니다. 식민 시대의 목수는 천민 중의 천민이었습니다.
   또 요셉과 마리아의 부부간 금슬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요셉과 마리아가 말할 수 없이 금슬이 좋고 서로 믿으며 잘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던 가정이 바로 요셉과 마리아 부부였습니다. 어느 날 약혼자였던 마리아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요셉에게는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겠습니까? 오죽했으면 고민 끝에 파혼하기로 혼자 마음을 먹기까지 하였겠습니까! 이러한 갈등과 오해를 처음부터 안고 시작했던 가정이 바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예수님이 바르게 잘 자라서 부모께 효도하고 보람을 안겨준 자식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도 나오듯이 아들 예수는 12살에 부모와 함께 가던 길을 벗어나고도 부모를 찾지 않아서 잃은 아들을 찾아 미친 듯이 사흘이나 찾아 헤매게 만들고 마침내 만나서 기뻐하는 부모에게 기껏 한다는 소리가 이것이었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2,49)
   그리고 공생활 중에 미쳤다는 소문이 돌자 어머니와 사촌 형제들이 찾아 나서지요. 어렵게 찾아가 만나기를 청했더니 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마태12,48)
   이렇게 어머니의 가슴에 못 박는 소리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들 예수님이었습니다.
   고통 또한 어느 가정보다도 심했던 가정이 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인 요셉이 일찍 돌아가셨고, 가장을 대신 할 수밖에 없었던 외아들마저도 젊은 나이에 처참하게 십자가에 처형되고 맙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요셉 성인은 어떻게 이러한 어려움들을 잘 극복하고 승화시켜서 성가정을 만들 수 있었던가 하는 점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 가정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계셨습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셨고, 요셉 또한 파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타난 주님의 천사의 말을 따라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처절한 고통 속에서 죽어 가는 아들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성모님의 그 깊은 힘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문제와 갈등과 고통의 삶을 하느님께 기도하며 인내하고 승화시켰던 가정이 바로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보다 훨씬 풍요롭고 좋은 조건에서 살아가는 우리 가정은 왜 이렇게 어려움을 승화시키지 못하고 상처받는 가정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 가정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기주의와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 가정의 중심이 될 때 부부가, 부모 자녀가 치유됩니다.
   우리들은 모두 하느님 중심의 가정으로 살아가겠노라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십자가를 모셔놓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십자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어렵고 힘들어도 기도할 줄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이 시대의 혼란한 가정생활이 극복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 살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여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돈 때문에 싸우고 헤어지게 되면 부부간의 사랑보다 돈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자녀들은 배우게 됩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부모이고, 형제이며, 부부라는 것을 삶의 모범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정직하고 성실하며 인간다운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가정처럼 시련과 고통을 승화시켜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은 우리에게 은총의 날입니다. 우리의 가정을 어떻게 정화하고, 좀 더 나은 가정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훌륭한 가르침을 주기 때문입니다. 성가정을 본받아  노력 할 때 시련과 역경은 성숙한 가정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성가정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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