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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일 야곱의 우물- 요한 1, 19-28 묵상/ 너희가 모르는 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2 조회수643 추천수4 반대(0) 신고

너희가 모르는 분

요한의 증언은 이러하다.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었을 때 요한은 서슴지 않고 고백하였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하고 고백한 것이다. 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묻자 요한은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그 예언자요?” 하고 물어도 다시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그들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그들은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요한 1,19-­28)

◆오늘 기념하는 두 성인은 초대교회의 초석을 놓은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곧 동방교회의 대성인들이다. 2천 년 교회의 역사 안에서 커다란 두 물줄기가 있다고 하면 동방정교회와 서방교회이며, 로마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 형제들을 포함하여 서방 라틴 교회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신학자 이브 콩가르는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묵시 22,1)이 동방과 서방에서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동방정교회가 미미하여 그 전례의 장엄함과 신비스러움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다.

 

서방교회는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모되는 성변화의 순간을 주님의 성찬제정 말씀인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다”로 믿는 데 비해, 동방정교회는 성찬기도문 전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성령의 오심(Epiclesis)을 강조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와서 서방교회는 이 성령의 오심을 미사성제 안에 받아들여 성찬제정 말씀 이전에 성령청원(축성기원)을 드리고 있다.

 

우리에게 친근한 이콘 성화를 바라보노라면 바로 동방교회의 신앙세계, 은둔과 신비와 관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이런 교회의 심원한 사상은 러시아의 문호들, 특별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신비스러움은 어쩌면 우리가 믿는 신앙의 세계, 곧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나누어주시고자 하는 당신의 내적 생명의 온갖 풍요로움(에페 1,3­-14)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세례자 요한은 오늘 바로 이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요한 1,26).

구요비 신부(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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