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침 묵상] 좋아하며 즐김ㅣ유시찬 보나벤뚜라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3 조회수86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좋아하며 즐김 비록 몸이 아프다 해도 매번 볼 때마다 아픈 시늉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처음엔 이해를 하며 함께 아파해 준다 하더라도. 삶에 대해 늘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 있으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처음엔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며 좋아하더라도. 비록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슬픔이 몰려든다 하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전부 다 드러내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처음엔 이해도 해 주고 같이 슬퍼해 주더라도. 몸이 아프고 힘이 없다 하더라도 너무 솔직하게 곧이곧대로 드러낼 일 아니다. 삶의 허망함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 하더라도 표정과 말 속에 늘 담고 있을 것 아니다. 누구든 살아가며 그만큼은 몸도 아프고 힘이 들 뿐 아니라, 삶도 고달프고 외롭고 슬프기 때문이다. 누구든 그 정도의 사실은 다 겪어내면서 환히 알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레 그것들을 들춰내어 호들갑을 떨면 오히려 한심스럽고 피하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바라며 좋아하는 것은 그런 어려움과 아픔과 힘듦을 기쁨과 즐거움과 평화로 바꿔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며 그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좋아하며 즐기는 모습은 대단히 중요하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들을 많이 해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좋아하며 즐기는 것 안에는 생명이 있고 힘이 있다. 사명감과 책임감 속에서 일을 완수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얼굴에 웃음이 없고 삶이 즐겁지가 않다면 본인에게 유익함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말 유감스럽게도 애써 자신이 남들을 위해 한 일의 수혜자들에게조차 유익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요즘 내 사도직 안에 일어나고 있는 적잖은 반성적 성찰들이 이런 내용들이다. 내게 가장 부족한 면이 즐길 줄 아는 힘이다. 즐길 줄 아는 것, 웃을 줄 아는 것, 생기를 띠는 것, 여유를 갖는 것, 틀을 부수는 것, 평화를 유지하는 것,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 자신에 대해 죽는 것 등. 이 모든 것들이 같은 말들이다. 고통의 시기는 확실히 동시에 은총의 시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모쪼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힘과 용기를 낼 일이다. 몸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이, 아픔뿐만 아니라 존재의 생명과 아름다움을 더 키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 예수회 유시찬 보나벤뚜라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