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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시) 저도 덕분에 하나 되었습니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4 조회수5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돌아서시어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무엇을 찾느냐?”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와서 보아라.”

그들이 함께 가 예수님께서 묵으시는 곳을 보고 그날 그분과 함께 묵었다.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만나,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요한 1,35-42)

 


<저도 덕분에 하나 되었습니다.>


당신의 고요한 발걸음에

땅은 머리 숙이고 하늘은 문 열어 반깁니다

소리죽여 따르다 보니 어느새 한 마장

어린아이 에비의 성큼 걸음 흉내 내듯이

보폭과 허리 물결까지 절로 닮습니다


차마 아무소리 입 밖에  내지 못하니

꿀꺽 침 삼키는 소리마저 뇌성 되어 들립니다

놀랠 킬까 살며시 머리 돌리시는 그 눈길

언제 보았나요? 기억에는 남아 있는데 떠오르진 않고

아, 당신이었군요! 한 마디 외쳐 봅니다


무엇을 찾느냐?

당신의 첫 음성 너무나도 또렷해

사위는 기죽어 고요해지고

제 머리 속에서 시끄럽게 울던 온갖 소음들

적멸보궁 만나니 놀라서 입도 열지 못합니다


미련한 곰 잠잘 데 찾고

배고픈 여우 킁킁대며 떨어진 고깃덩이 찾습니다

주인 잃은 사냥개 그믐달 보고 짖습니다

미련한 이 몸은 한 말씀 들을까하여

어린양이라는 가르침에 자석에 달라붙은 못이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발붙일 곳 없어 흩어지는 부초인지라

이 목마른 갈증을 풀어 주시지 않을까 기대하였습니다

스승님 머문 곳이 어느 메 붙어있는지 알아보고

친구들 떼로 몰고 와 궁금증 풀러 오고자

언제고 찾아들려 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질문 듣는 순간 수억 룩스 투명한 빛 나를 꿰뚫으니

선인장 가시 그늘조차 남아 있지 않아

제 몸 감출만한 구멍을 찾기도 전에

제 자신이 얼마나 부질없고 조그만 존재인지요

부끄러움에 제 스스로 눈길 피하게 됩니다


와서 보아라

이 말 한마디에 온갖 근심이 다 풀어지니

놓쳐버린 추억들과 시간이 한 주름 되어 접혀집니다

잊고자 묻은 그 눈물이 다시 흘러도 어루만지는 손길에

아물지 못했던 상처 진주되어 영롱해집니다


제 마음 가는 곳에 제 몸 따라 가지 못해서

가슴 아팠던 기억들을 모닥불에 던져 버리고

두런두런 오가는 이야기에 취하다보니

하지 말라 하시기보다 네가 되라고 하시는군요

당신은 몸과 마음과 영이 언제나 하나이시군요


당신과 머문 하룻밤

온 우주 시간과 공간이 접혀 한데 만났습니다

완성 숫자 열이 또 죄 벗는 날임을 오늘 새삼 깨닫습니다

제가 어렴풋이 본 것들이 당신 가슴엔 이미 새겨 있습니다

덕분에 제 몸과 마음, 영마저도 당신께 머물러 하나 되었습니다


이 기쁨과 충만을 어찌 감추고 있겠습니까!

벅차오르는 이 감동을 형 시몬에게 들려준다면

날 믿고 사랑하는 마음에 망설임 없이 뛰어 오겠죠

나는 사랑을 만났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

죽어도 두렵지 않을 그리던 님을 만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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