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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활 묵상] 뚝!!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5 조회수553 추천수5 반대(0) 신고

날짜로는 10 일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작년 연말쯤에 바람이 몹시 불었다.

그야말로 도깨비 바람처럼 "휘이잉~ 휘이잉~~" 소리를 내는 꽤나 무서운 바람은 뒷마당에 의자도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게 하며 난리를 피웠다.

 

성모상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으러 나갔을 때만 해도 별 일 없었다.

바람이 가라앉고 다시 밖으로 나가보았을 때 심장이 털컥 했다.

 

뒷마당에 멋지게 폼을 잡고 있는 미국을 상징하는 팜 츄리 가지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내 키의 두배는 될 만큼 큰 길이이고 코끼리 뒷다리 만큼 굵은 가지가 밑둥에서 잘라져 쓰러진 것이었다.

 

좌우로 10Cm만 빗겨갔다면 옆집 담을 다 부셨을테고 우리집 보너스 룸을 덮쳤을 것이다. 그리고 길이가 10Cm만 더 길었다면 또 다른 옆집담을 다

부셔버렸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기도를 드렸다.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밤새 디자인 작업을 하고 돌아온 아들 안드레아는 잠속에 묻혀있다.

그 녀석이 깰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조렸는지 모른다.

 

아이가 깨었을 때 그나마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안드레아는 밖에 나가 쿵쿵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다.

보기에도 끔찍해서 쳐다보기 조차 싫었는데 뒷마당에 나가보니까 안드레아는 도끼를 들고 옆 가지를 찍어내고 있었다.

 

혹시나 가지가 또 부러져 나가 큰 사고가 날까하는 염려 때문에 찍어내고 있나보다.

안드레아가 찍어낸 나뭇가지는 생생하게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겉은 멀쩡한데 속은 까맣게 썩어있고 텅 비어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조용해진 뒷마당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부러지고 찍어낸 나뭇가지들이 그대로 누워있었고, 이리저리 나뒹굴던 나뭇잎들은 일광욕을 취하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순리대로 낙엽임을 뽐내는 것 같았다.

 

작은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전기톱으로는 어쩔 수가 없어 도끼로 찍어내보고,  톱으로 잘라보기도 하지만 우리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잠시 묵상을 해 본다.

 

아이에게 다시 큰 나무가지 잘라내는 톱이라도 하나 사야겠다고 하면서 며칠이 지난 끝이라 처음처럼 두려움은 많이 가셔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신년을 맞기전에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에 대해서도 다행이란 생각도 해 본다.

분명 그 당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를 드렸지만 어느새 세속적인

마음이 들어 작년과 신년에 대해 나의 행운을 걸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이 나의 평상시 모습이었나?

깊이 생각을 안해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겉모습은 멀쩡하게 보이지만 내 속은 썩어있는 것이 아닌가. 내 영혼은 나를 게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만 번지르르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을 느끼며 톱질을 몇번 해 본다.

 

끄떡도 없다.

우리네 인간들의 모습이 보여졌다.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게 되는 악의 세력은 나 스스로도 감지하기 어려울 만큼 나를 좀 먹게 만드는 것 같았다.

 

썩은 나뭇가지 하나로 인해 멀쩡한 가지마저 쳐 내고 있듯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아름다운 마음도 점점 악의 세력에 눌리고 말 것 같았다.

 

난 겉은 멀쩡해 보이는 죽은 나뭇가지 끝에 잎이 메말라 있었다는 것을 눈여겨 보질 않았었다.  악의 세력이 내 안에 있을 때 아무리 감추려 한다해도 어느 부분에서 보여진 다는 것을 잊은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하느님의 사랑에 썩은 나무가지가 뚝 부러지듯, 악의 세력은 기운을 못차리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내 맘에 있는 악과 교만을 뚝 잘라버려봐야겠다.

올해는 그저 반성에 그치지 않고 회개하는 삶을 살아봐야겠다고 굳게 다짐을 해 본다.

 

안드레아와 전기 톱을 사러가야겠다.

썩은 나무가지도 억울하게 잘려진 나무가지도 그리고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악과 교만들도 힘차게 잘라봐야겠다.

 

올 한해는 이렇게 해서 또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확실하게 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옆집담과 우리 집 지붕을 덮치지 않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또란 이렇게 썩은 나뭇가리로 인하여 제게 깨우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 이제는 제 맘에 더 큰 주님의 사랑을 심고  사랑하려 하오니 제 손을 이끌어 주소서.. 아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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