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공현 대축일] 그분께 드릴 최고의 선물(이기양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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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현아 | 작성일2007-01-06 | 조회수685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베들레헴 성 마구간의 성가정에 손님들이 오셨네요. 저 멀리, 산 넘고 물 건너서 동방박사 세 분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것이지요. 고요한 밤에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이 멀리에서 찾아온 박사들에 의해 온 세상에 드러나는 주일입니다.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사랑의 극치를 세상에 드러내 보여준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 날이지요. 하느님께서는 목동들에게는 천사를 통해, 동방박사들에게는 별을 통해, 그리고 헤로데 임금과 유다인들에게는 율법학자들을 통해 구원자가 태어나실 곳이 유다의 땅 베들레헴임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렇게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구원의 기쁜 소식에 초대를 받았지만 모두가 축복을 입은 것은 아닙니다. 천사의 지시를 즉시 따랐던 베들레헴 성 주변의 목동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구원자를 제일 처음 만나는 은총을 누렸고, 별의 인도를 받은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고 온 인류의 구원자를 만난 기쁨을 가슴에 안고 헤로데가 요구하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떠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속적 욕심으로 가득 차 있던 헤로데 임금은 두 살 이하 아기를 학살하는 참극을 저지르고 말지요. 또 누구보다도 구원자를 기다렸으며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할 것을 알려 주었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은 30여년이 지난 후 인간 예수는 만날 수 있었지만 구원자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맙니다. 오늘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 믿음입니다. 박사들은 구원자가 태어나실 곳에서 대단히 멀리 있었지만 정성된 예물을 준비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동방박사를 예수님께로 인도한 것은 어느 날 나타난 '별'이 아닙니다. 별이 아니라 그들의 '믿음'입니다. 믿음이 별을 찾아낸 것이지요. 그들의 믿음이 구원자를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입니다. 박사들은 아기 예수님을 만나 기쁨을 가득 안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마태2,12) 갔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들은 메시아 탄생을 온 세상에 알렸을 것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 이 아침에 인간을 참으로 사랑하셨기에 인간이 되어 오신 자비의 하느님께 드릴 나의 선물을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을 닮은 사랑의 삶이 그분 앞에 드릴 최고 선물이 아닐까요? 아기 예수님을 만난 후 헤로데의 길이 아닌 하느님의 인도를 따라 미래를 출발한 동방박사들이 주님을 따르고 알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용히 말해줍니다. 세상을 비관한 젊은이가 혼자서 자살하기 억울하다며 훔친 차를 몰고 인파 속으로 돌진해 어린이 2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몇년이 지나 이 사건으로 손자를 잃은 한 할머니는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그 청년을 양아들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몇년 동안 청년을 뒷바라지 하면서 그의 방면을 위해 물심양면 애를 쓰셨습니다. 할머니는 누구보다도 그 청년을 미워하고 저주할 수 있는 입장이셨지만, 그분은 신앙 안에서 청년을 용서하고 사랑하셨습니다. 그 청년을 돌보았던 신부님은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습니다. "그 청년은 얼굴에서도 성품이 나타날 정도로 아주 착해 보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안경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눈이 나빴습니다. 그런 그가 가는 일터마다 쫓겨난 것은 이 메마른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었지요. 계속되는 고통 속에 청년은 있는 이들에 대한 복수의 마음을 키워 갔고, 술을 마시고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잘못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 청년은 '제가 교도소에 오고 나서 사람 대접을 받았습니다'고 말했습니다".(「함께하는 여정」 70쪽) 그렇습니다.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사랑과 용서를 베풀 때 우리는 하느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때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을 이웃 사람들이 체험하고 주님을 찬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삶이 주님께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이요, 동방 박사들처럼 온 세상에 주님을 알리는 일임을 잊지 맙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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